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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에 문 대통령 '원칙 타협 불가' 어디로(종합)

등록 2021-08-10 15:47:59   최종수정 2021-08-17 09: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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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과거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기념 가석방 조치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원칙 앞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신념에 역행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5대 중대 부패범죄' 사면 배제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며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이 '자기 부정'에 가까운 사면 결정에 대한 정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가석방이라는 '변칙'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가석방 절차와 원칙 그 어떤 것에도 맞지 않는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며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명백한 재벌 총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사회적 특수계급에 대한 특혜"(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촛불정신의 후퇴이자 훼손"(민주노총), "누가봐도 재벌 봐주기이며 여전히 법 위에 삼성인 나라임을 확인시켜준 결정"(한국노총) 등 문재인정부를 향한 시민단체들의 날선 비판은 이어졌다.

청와대는 가석방 결정은 법무부 소관이라며 문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에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가석방은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가 규정(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는 것이고,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관계자는 1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법무부와 청와대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청와대에서는 입장이 없다"면서 "법무부와 청와대의 교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 배경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 환경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한 재계 중심의 경제 위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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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전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0.10.
이는 삼성이 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글로벌 백신 허브' 등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정책에 기여했다는 여권  인식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삼성은 지난 5월 문 대통령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선물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모더나(社)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통해 '백신 허브 구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미국 순방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를 받은 뒤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우호적인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권을 직접 행사하는 대신 법무부 차원의 가석방 절차를 택했다. 법무부는 가석방 예비 심사 기준인 형 집행률 기준을 이 부회장에 맞도록 복역률 50%로 사전에 정비했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염두에 둔 절차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는 양형을 강화하고 대통령 사면권의 제한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스스로 뒤집는 정무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가석방을 택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법무부의 손을 빌렸지만, 이번 결정이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며 "국정과제 제1순위로 적폐청산을 내세웠던 문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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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18. scchoo@newsis.com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또 문 대통령의 내부 회의 언급 여부에 대해서도 "말씀하신 게 없다"고만 했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 4월 가석방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까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의 길을 열어둔 것은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의 신념과도 정면 배치된다.

'원칙을 타협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소신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문답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는 과거 정치권에서 회자되던 '타협의 원칙과 원칙의 타협'을 거론하며 "타협하는 것이 정치의 원칙이다. 인생사가 타협 아닌가"라며 "그러나 원칙을 타협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협에는 원칙이 있을 수 있어도, 원칙을 타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 구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제가 거기(기득권)에 타협하고 굴복할 생각이었다면 정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좌우명인 '정자정야(政者正也·천하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인 것도 정의·원칙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좌우명을 가리켜 "정치는 바른 정책을 행하고, 정의를 따르고, 사사로이 흐르지 않고,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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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김병문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9. photo@newsis.com
또 자서전 '운명'에서는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권력의 반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조건에 힘들어하던 친구 노무현이 자신에게 의견을 구했을 때 들려준 얘기가 '원칙' 이었다는 일화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나는 (노 대통령에게) 원칙 얘기를 했다. 우리가 쭉 살아오면서 여러 번 겪어봤지만 역시 어려울 때는 원칙에 입각해서 가는 것이 정답이었다"며 "뒤돌아보면 늘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야당 의원 시절인 6년 전 2015년 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석방을 반대했던 것도 '부메랑'으로 회자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재벌 대기업의 총수나 임원들은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라며 최 회장의 가석방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받고 있는 시민사회계의 비판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아픈 부분일 것"이라면서 "그래도 청와대가 감수하고 넘어가야 부분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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