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출산과 낙태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 임신부…'십개월의 미래'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영화 '십개월의 미래'는 갑작스럽게 임신을 한 스물 후반 여성의 여정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본다.임신이라는 변수로 겪게 되는 인생의 거대한 변화 앞에서 고민과 좌절을 반복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옮겨 담아 더욱 공감을 산다. 주인공 미래(최성은 분)는 일과 사랑,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29세 프로그램 개발자다. 만성 숙취를 의심하던 그는 자신이 임신 10주 차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 인생의 변수에 낙태까지 고려한 미래지만 비싼 수술비와 결혼을 원하는 남친 사이에 갈팡질팡하다가 아이를 지울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린다. 나름대로 본인 자신과 아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공존의 방식을 나름 모색해 보지만 답은 보이지 않고 시간은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미래가 임신한 후 펼쳐지는 해프닝들은 각종 성차별과 가부장제의 모순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회사는 미래의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임신부라는 이유로 그녀와 재계약을 원하지 않고, 남자친구와 부모는 미래를 지우고 엄마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하며 여성 차별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영화는 미래를 통해 '임신=모성'의 공식이 당연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당황스럽고 막막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임신부들의 속내를 끄집어낸다.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어른이 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인물의 성장 스토리로 다가오기 때문에 '요즘 나는 이름이 없는 곳에 들어서는 기분이야'라는 미래의 독백이 남기는 여운은 진득하다. 임산부를 향한 부당한 대우를 여실히 꼬집으면서도 전체적인 톤은 무겁지 않고 위트가 넘친다. 챕터를 구분한 경쾌한 연출과 곳곳에 스며든 유머러스한 순간들이 웃음을 안긴다. 더불어 임신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와 낙태 관련법, 가부장제 등 무거운 한국사회의 이슈들을 깊이 있으면서도 설교적이지 않게 다뤄 거부감이 없다. 미장센단편영화제 최우수상 출신인 남궁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남 감독은 배우 박정민이 주연한 단편 영화 '세상의 끝'(2007), 한류스타 김수현의 출연작이자 제8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정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악의 친구들'(2009)로 주목받았다. 실제 임신과 함께 경력 단절을 겪은 그는 "(본인이) 임신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임신을 주제로 한 영화를 작업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임신이라는 게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같은데 사실 아무도 모르는 얘기일 수 있겠다 싶었다"며 "대중매체에서도 완성된 어머니의 모습이나 이제 막 임신한 여성의 모습은 봤지만 보통의 스물 후반 여성이 임신의 과정을 통과하는 여정은 보지 못했기에 그것이 마음에 걸려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 '시동', 드라마 '괴물'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최성은의 첫 주연작이다.감독의 말처럼 최성은은 성숙과 미성숙의 사이, 어딘가 나사 빠진 코미디와 깊은 감정의 골짜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영화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받았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