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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파느니 자식에게"…'증여' 급증, 매물 씨 말랐다

등록 2021.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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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양도세 중과 후 퇴로 막힌 다주택자 '버티기'나 '증여'
매물 부족→수급불균형 심화→거래 절벽→집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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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6일 오전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10.0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세금 낼 바에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나아요."

서울 등 수도권에 아파트 3채를 보유한 김모(58)씨는 자녀들에게 아파트 2채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팔기도, 보유하기도 힘들 정도로 세금 부담이 커졌다"며 "집값이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보여, 증여세를 내더라도 미리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추가 중과를 시행한 뒤 전국의 주택 매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강화된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집을 내놓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다. 통상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반대로 감소하면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집값이 되레 상승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보유한 아파트를 팔기보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부족해진 탓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858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가장 거래가 많았던 지난 1월(5796)에 비해서는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올해 들어 매매량이 감소세다. ▲1월 5798건 ▲2월 3874건 ▲3월 3789건 ▲4월 3667건 ▲5월 4897건 ▲6월 3945건 ▲7월 4698건으로 나타났다.

거래는 줄었으나, 증여는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5만8298건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전체 거래(매매·증여·판결·교환·분양권 전매·기타 소유권 이전 등) 건수(85만3432건)의 6.8%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국에서 아파트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었다. 전체 거래 건수 7만4205건 가운데 증여가 1만355건(13.9%)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4년 새 3.6배나 상승했다. 2017년 3.9%, 2018년 9.5%, 지난해 12.2%를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권에서의 증여 비율이 높았다. 지난 8월까지 서울의 자치구별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동구(28.5%)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27.1%), 강남구(20.9%), 양천구(16.0%)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포인트), 3주택자는 경우 30%p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됐다.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해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 시장의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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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3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 주(2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매매 가격은 0.24%, 전세가격은 0.18% 상승해 각각 전주 대비 0.04%포인트, 0.02%포인트 축소됐다.서울 매매 상승률은 13일 0.21%에서 20일 0.20%, 27일 0.19%로 상승폭이 작아지는 추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하지만 정부의 예상이 빗나갔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증여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거래 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 상승세가 여전한다. KB리브부동산이 집계한 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1.5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12월 1.86% 상승 이후 1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은 한 달 전보다 1.52% 상승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중저가 단지들이 몰린 강북구가 3.88%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이어 도봉(2.58%), 노원(2.49%) 등이 뒤를 이었다.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보유세와 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 인상과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증여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가 집을 파는 대신 증여로 선회한 것으로, 정부의 예상만큼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 강화로는 매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이 여전한데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각하는 대신 버티기에 나서거나 증여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신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집값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대책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등 중장기적 대책으로 지금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양도세 한시적 완화 등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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