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은행 폭리 논란②]대출규제, 결국 서민 덮쳤다

등록 2021-11-14 18:00:00   최종수정 2021-11-22 09:34:3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청와대 국민청원 "은행 폭리 막아달라" 호소

은행 폭리 원인은 정부 가계대출 규제인데

금융당국 "직접 개입 못해" 연일 되풀이만

예대금리 제자리도 정부 규제완화 탓

은행 금리산정 체계도 "이상 없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급등으로 예대마진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의 금리 부담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금리 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폭리의 원인이 가계대출 규제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이번 책임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높은 예대마진은 고스란히 은행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4조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가량 증가했다. 높은 이자마진과 여전히 많은 대출 수요가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서민들의 금리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높은 부동산 가격에 금리 급등, 대출 문도 좁아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 글마저 올라왔다.

이번 대출 금리 상승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탓도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대폭 낮추기 위해 올해 중순부터 추진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실제 은행들은 주어진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는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죄고 있다.

예금금리가 오르지 않는 이유도 금융당국 탓이 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위해 실시한 '예대율·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 조치가 재연장되면서, 은행들의 적극적인 정기예금 유치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설령 금융당국이 예금금리를 강제로 올리더라도 대출금리는 그만큼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예대마진이 높아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서민금융 쪽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리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점만 연일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입하다간 도리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 등 거시적인 요인으로 금리가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개입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법적으로 정해진 최고 금리 인하는 연 20%이므로 해당 비율내에서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공급해도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추가로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2018년 시중은행들의 가산금리 조작 사태처럼 일부 부당 부과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금리 산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대출금리 공시 체계는 현재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은 무리한 가계대출 규제"라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공급은 감소했지만 대출수요가 여전히 많다. 금리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