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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타로 에세이]태양은 스스로 빛난다…19번 ‘태양’ 카드

등록 2021-11-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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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19번 '태양' 카드. (사진=조연히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롱문을 여는데, 와르르 옷가지들이 쏟아졌다. 첩첩이 쌓아놓은 옷들이 한계에 이른 듯했다. 이참에 옷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버릴 것과 보관할 것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입지는 않지만 차마 버릴 수 없는 옷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입은 적 없는 검은 가죽 스커트 정장은 시어머니가 아끼던 것이어서, 실크 블라우스는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것이어서 버릴 수 없었다. 다른 옷과 매치가 안 돼서 입지 못한 구슬 달린 티셔츠, 살이 쪄서 입지 못하는 바지, 한 번 폼나게 입어보리라 큰맘 먹고 지른 정장. 그런 옷들은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비슷비슷한 옷도 많았다. 검은색 배기바지와 후드집업은 왜 또 그렇게 많은지. 심지어 브랜드와 색깔까지 똑같은 게 여러 개였다. 너무 아까워서, 언제 입을지 몰라서, 자주 입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 옷을 버릴 수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들이 자아분열이 심한 내 모습만 같았다. 현실의 욕구불만을, 결핍을 난 옷을 사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말 어떤 옷은 전투력을 상승 시켜 주었고 또 어떤 옷은 여성성을 극대화해주기도 했다. 옷이 마음에 들면 덩달아 자신감이 배가되었다.

옷이란 현재의 나와, 원하는 나 사이의 갈등이었다. 후천적 피부이고 도달하고 싶은 내 신분이고, 주목받고 싶은 내 욕망이었다.

◆벌거숭이 아이를 향한 태양 
 
19번 카드의 제목은 ‘태양’이다. 강렬한 태양이 그림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 카드에서 느껴지는 것은 강한 에너지다.

그런데 태양은 정작 아이를 향해 있다. 해의 방향에 따라 고개를 돌린다는 해바라기도 정작 태양은 등진 채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아이가 진정한 태양이란 의미일까. 그렇다면 진정한 태양이 왜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을까. 왜 하필 벌거숭이일까.

태양은 태양계의 중심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다. 지구의 모든 생물은 태양의 빛과 열을 이용해 살아간다. 식물은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고 사람과 동물은 이 식물을 먹이로 살아간다. 태양 복사에너지로 지구는 날씨와 기후를 만든다. 태양은 생존에 필요한 원천적인 에너지를 우리에게 공급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양은 ‘스스로 빛을 만들어’ 우리에게 나눠 준다는 것이다. 벌거숭이처럼 순수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알몸인 아이로 태양을 표현한 것일까.

이 카드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태양 같은 사람이 되라고. 더 이상 주변의 빛을 찾아 헤매지 말고 스스로 빛이 되라는 의미 같았다. 주변에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기도 하다. 그것이 진정한 자아 발견이고 ‘참’ ‘나’가 되는 것이라고.

◆그러나 난 어두운 태양

내가 그토록 옷에 집착했던 것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몸이 너무 어두워서. 내가 너무 초라해서 나를 빛내 줄 많은 위장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스스로 빛나는 이들에겐 굳이 자신을 빛내 줄 위장 따윈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 옆에서 비로소 내 존재를 드러내고 당신의 에너지로 발전해야 했던. 당신으로 인해 내 기후는 수시로 변하고 내 날씨는 흐리기도, 비를 내리기도 했던. 나 보고 타로는 스스로 에너지를 발전하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어두운 태양도 있는 것을. 그리스 신화에 보면 ‘태양의 신’ 아폴론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쌍둥이로 태어난다. 그래서 태양은 앞모습만 보여주고 달은 뒷모습만 보여준다.

내가 그대 주위를 맴돈다면
그대는 나의 태양
자꾸만 바라보고 싶다면
그대는 나의 태양
그러나 앞모습만 보여주는 태양
나만 가질 수 없는 태양

난 어두운 태양. 밤에 뜨는 태양이었으므로.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email protected]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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