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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미국 일곱 살 마이클의 반려 생활

등록 2021-12-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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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강아지.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칼럼에서도 거론했지만, 미국의 화목한 가정에서 반려견은 필수다. 가족 사진을 보면 부모, 자녀와 함께 반려견이 꼭 함께한다.

어느 나라에서든 어린이라면 누구나 개를 기르고 싶어 한다.

미국의 7살 소년 '마이클'도 부모에게 개를 키우고 싶다고 조른다. 그러자 부모가 암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 '레이디'를 데려오면서 말한다. :"키우게 해줄게. 대신 네가 돌봐야 한다."

이때부터 마이클은 '레이디 시터'가 된다. 밥도 주고, 변도 치우고,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함께한다.

부모는 마이클에게 또 충고한다. "네가 레이디를 잘 돌보지 않으면 굶게 되고, 더러워지고, 몸도 약해진다."

부모가 조금 도와주기는 하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마이클 몫이다. 그 사이 마이클과 레이디 사이에는 진정한 '반려'의 관계가 형성한다.

마이클과 같이 커가는 동안 레이디는 결혼해 새끼를 낳는다. 마이클이 20살이 됐을 때 '13살 할머니' 레이디는 그의 품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미국 가정에서 개를 키우는 이유는 자녀의 가정 교육을 위해서다.

마이클은 레이디를 키우면서 자신이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는다.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레이디는 멋지게 자라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다.

레이디가 결혼하고, 새끼를 낳고, 강아지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결혼과 성생활, 임신·출산, 육아 등을 배우게 된다. 끝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한 레이디가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을 보며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알게 돼 언젠가 맞이할 조부모, 부모와의 이별을 위한 마음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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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AP/뉴시스]2020년 3월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 반려견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미국의 한 가족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열풍이 불면서 자녀 성화에 개, 고양이를 들이는 가정이 부쩍 늘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마이클 집과 상황이 다르다.

자녀는 반려동물과 재미있게 놀기만 할 뿐 뒤치다꺼리는 다 엄마에게 떠넘겨진다. 아빠도 거들거나 간혹 산책을 같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엄마라고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겠는가. 다만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자녀의 요청을 한사코 반대한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도 가족사진을 찍을 때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젠 마이클네처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엄마, 나도 강아지 사줘." "그럴게. 하지만 네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여기서 이전 세대 엄마처럼 "잘 안 돌보면 내다 버린다"고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강아지를 잘 돌보지 않으면 굶게 되고, 더러워지고, 몸도 약해진다.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선 안 돠겠지? 네가 책임질 자신이 있을 때 말하렴"이라고 덧붙이는 것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계속 늘고 있지만, 반려를 중도 포기하거나 반려동물이 애물단지가 되는 가정도 적잖다.

필자가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 "책임지지 못한다면 시작하지 말라"다.

진정한 반려 생활은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다. 반려자처럼 반려동물의 일생도 책임져야 한다.

부부라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 양측이 함께 원해야 반려 관계가 이뤄진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사람, 그러니까 반려인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반려 관계가 맺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책임이 더 큰 셈이다.

그 책임은 시작한 사람이 짊어져야 한다. 자녀가 시작했다면 자녀가 맡아야 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어릴 적 반려 생활을 시작한다면, 어린이가 반려동물을 책임지는 가운데 깨달음과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dryou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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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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