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납득 안돼"…핵심 비켜간 '방역'이 문제
컨트롤타워·부처·지자체 등 방역강화 두고 이견"방역 핵심 거리두기 타이밍 놓쳐 확산세 커져"방역 후속조치 종교시설 제외…대선 의식 지적도"의료 현장·전문가 목소리 잘 수렴해 반영돼야"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하면서 방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후 일주일째 하루 확진자 수가 5000명대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급기야 7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774명으로 치솟아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사망자는 64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방역이 중대한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질병청) 등 방역 컨트롤타워와 다른 부처나 지자체 간 긴밀한 협력, 과학적 방역, 의료현장의 목소리 반영 확대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풀어질 수 있어 확진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는 위드 코로나 시행 초기부터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자 하루빨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중수본은 지난달 29일이 되어서야 거리두기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부처 간 갈등이 '뒷북 대응'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이 제대로 진단해도 유관 부처가 기조를 달리하거나 흐지부지하면 (방역 대책이)핵심을 비켜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역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부처 간 의견이 달라 방역의 기본 수칙인 사회적 거리두기조차도 방역당국이 제 때 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달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방역강화 대책을 논의한 뒤 발표하기로 했다가 하루 전 돌연 발표를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결국 방역강화 대책은 29일이 되어서야 나왔다. 경제 부처 등이 방역 수칙 강화안에 강력 반발해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두고 방역 컨트롤타워 간 이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기모란 방역기획관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멈추고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질병청은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 6일 시작된 특별방역대책 중 일부 후속조치 등을 두고 내년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며 정치와 방역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식당과 카페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서) 적용 시설에 추가됐지만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는 종교시설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전문의는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그런 추측(대선을 의식한 방역조치)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역은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방역에 있어 정치, 진영논리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현장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복지부 즉각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이었던 김 교수는 "방역의 핵심(거리두기)을 비켜가 되로 갚을 것을 말로 갚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에는 컨트롤타워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반영했고 두 달여 만에 종식됐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병원 간·병원 내 감염 차단을 핵심으로 보고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의료체계 마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병상, 인력 등에 대한 대책 없이 의료체계에 모든 것을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당장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회 등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잘 전달돼 실제로 반영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