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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새 대통령님께 미리 부치는 편지

등록 2021-12-22 07:15:00   최종수정 2021-12-22 14: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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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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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반려동물 산업 박람회 '케이펫페어 일산'이 개막한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반려동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1.11.19. chocrystal@newsis.com
새 대통령님께.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수의사이자 동물학자, 동물보호운동가로서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년간 반려동물 붐이 일면서 현재 1500만 반려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사이 관련 산업도 수조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동물권' 인식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반려동물 선진국'이라고 평가하기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넘쳐납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반려동물 선진국이 되는 날이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제안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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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반려동물 산업 박람회 '케이펫페어 일산'이 개막한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반려동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1.11.19. chocrystal@newsis.com

먼저 새로운 정부는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수의사로 40년 가까이 일하며 접한 정부의 행태는 권위주의 시대나 민주주의 시대나 변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정부가 직접 관장하고, 규제하는 것은 작금의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정부는 숲만 가꾸고, 나무를 키우는 것은 민간에게 맡겨야 합니다. 민간에게 과감하게 넘기는 것이 더 좋겠지만, 급작스럽게 변화를 주다 보면 충격파가 발생할지도 모르니 어느 정도 협업하면서 서서히 넘기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단적인 예가 '광견병 예방 접종'입니다. 국민 소득도 높아졌고, 의식 수준도 향상했는데 정부는 아직도 불안한가 봅니다. 수십 년 동안 매년 봄, 가을이면 백신을 직접 구해다 각 동물병원에 무상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 주체가 과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현재 지방자치단체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동물병원은 반려인에게 접종비 5000원을  받습니다. 5000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접종 현황을 일일이 보고해야 합니다.

저는 약 30년간 사비로 고가의 백신을 구매해 똑같이 5000원만 받고 반려견에게 접종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견의 건강을 제게 일임한 반려인에게 보답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런 보고가 번거롭다는 이유도 작용했습니다.

이제 반려인에게 맡겨 주십쇼. 자신의 반려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광견병 예방을 하는데 그걸 등한시할 반려인은 없을 것입니다.

예산은 너구리 등 야생동물과 접촉해 광견병에 걸리기 쉬운 떠돌이 개, 유기견 등의 예방 접종에 집중적으로 쓰이는 것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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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반려동물 산업 박람회 '케이펫페어 일산'이 개막한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021.11.19. chocrystal@newsis.com

다음은 '편 가르기'를 막는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편을 갈라 서로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습니다,

지역감정, 종교 갈등, 노사 반목 등은 옛말입니다. 남녀, 노소, 빈부 등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겨냥해 삿대질하고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것은 의미 있는 주장입니다. '개 공장' '고양이 공장'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기견, 유기묘를 입양하는 것만 선한 일이고, 펫숍에서 개, 고양이를 사는 것은 악한 일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심지어 일각에서는 분양업자, 번식업자 등을 '악마'로 규정하기까지 하는 데 결코 올바른 시각이 아닙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정부가 그런 편 가르기의 어느 한쪽에 서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부는 번식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보다 업자가 좋은 개와 고양이를 생산하고, 분양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더는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반려 문화 증진에 나서는 것이 마땅합니다.

대통령은 어쩌면 모든 국민의 반려인입니다. 국민도 대통령의 반려인입니다.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청와대를 떠나실 때 모든 국민이 "대통령님과 함께한 5년 반려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해 반려가 돼주시길 바랍니다.

2021년 12월 22일
수의사·동물학박사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윤신근 드림.

dryou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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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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