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과열 양상…'예비 FA' 잡아 실리 챙긴 SSG
2022시즌 마친 뒤 FA 예정이던 박종훈·문승원과 5년 계약귀중한 선발 자원 선점…2023년 샐러리캡 도입도 고려
SSG는 지난 14일 아직 FA 자격을 갖추지 않은 박종훈(30), 문승원(32)과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박종훈과는 계약기간 5년,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옵션 9억원)에, 문승원과는 계약기간 5년, 총액 55억원(연봉 47억원·옵션 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박종훈은 2022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문승원도 등록일수에 따라 2022시즌이 끝난 뒤 FA로 풀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SSG는 다년 계약을 통해 이들을 일찌감치 붙잡았다. KBO리그에서 FA가 아닌 선수가 다년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그간 KBO리그에서는 FA가 아닌 선수의 다년 계약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7월 법적 검토 끝에 FA가 아닌 선수도 다년 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외부 FA 영입도 고려했던 SSG는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FA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바뀐 규정을 적극 활용했다. 류선규 SSG 단장은 "메이저리그 스몰마켓 구단들은 유망주가 FA가 되기 전 다년 계약을 한다. 그런 식의 계약을 했다고 보면 된다"며 "올 겨울 FA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 예측했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무리가 됐다. 레드오션에 뛰어들 바에는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2022시즌이 끝난 뒤 SSG에서 풀리는 내부 FA가 한둘이 아니다. 박종훈, 문승원 뿐 아니라 이재원, 한유섬, 이태양 등이 FA 자격을 얻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겨울 큰 돈을 들여 외부 FA를 영입할 경우 내년 시즌 FA가 되는 선수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협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2014시즌이 끝난 뒤 FA가 된 최정, 김강민, 조동화 등을 잔류시키는데 164억원을 쏟아부은 SSG는 2015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정우람, 윤길현 등을 잡는데 실패했다. SSG는 당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일단 기존 전력 유지에 집중했다. 이번 다년 계약으로 토종 선발진을 쌍끌이하는 박종훈, 문승원이 전성기를 SSG에서 보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박종훈은 2015년부터, 문승원은 2017년 선발 한 자리씩을 꿰찼고, 꾸준히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켜준 자원이다. 둘 모두 다른 팀들이 노릴만한 자원인 만큼 2022시즌을 마친 뒤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들을 놓칠 경우 대체 자원 영입에 적잖은 돈이 들 것이 뻔했다. 그러나 다년 계약으로 박종훈, 문승원을 눌러앉히면서 이런 고민을 덜었다. SSG는 중심타선의 주축을 이루는 한유섬에게도 다년 계약을 제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도입되는 샐러리캡에 대한 걱정도 줄었다. 박종훈과 문승원 모두 지난 6월 나란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재활 중이다. 하지만 2022시즌 연봉 비중이 다른 해보다 크다. 샐러리캡을 고려한 조처다. 게다가 다년 계약으로 박종훈, 문승원의 연봉이 정해져 샐러리캡에 대한 계산이 한층 수월해졌다. 이들에 대한 변수는 일단 줄인 셈이다. SSG는 이번 계약을 통해 '우리 팀은 너를 필요로 한다'는 진심을 보여줬고, 팀에 대한 선수들의 충성도도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박종훈과 문승원은 다년 계약 체결 후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종훈은 "너무나 고마운 계약"이라고 했고, 문승원도 "팀이 나를 필요로 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활 중인 이들이 한층 차분히 재활에 집중할 수도 있게 됐다. 박종훈과 문승원 모두 FA를 앞둔 시즌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재활을 서두를 필요가 사라졌다. 박종훈은 "'내년 시즌 빨리 복귀해 잘 해야된다’는 부담감을 덜었다. 구단에서 마음 편하게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라 크게 감동했다"고 했다. 다년 계약이 허용되고도 다른 구단이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은 구단이 안아야 하는 위험부담이 있어서다. 이에 대해 류 단장은 "다년 계약은 선수와 구단이 함께 위험부담을 공유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몸값이 오를수도, 부진하면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 구단은 반대의 위험부담이 있다"며 "서로 그 위험부담을 않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