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기적' 한국 추상화는 서구 추상화와 무엇이 다른가
학고재 본관, 새해 첫 전시...'한국 추상화가 7인'전김복기 경기대 교수 기획...'에이도스’를 찾아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단색화의 기적을 낳은' 한국적 추상화는 어떤 모습일까. '단색화'는 K-아트의 대표 장르로 세계 미술계에도 21세기 새로운 그림으로 등극했다. 단색화 영문도 우리말 그대로 영어로 표기한 'Dansaekhwa'로 명명되어 서구 '모노크롬(monochrome)'그림과는 구분된다.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정창섭 권영우 등이 대표화가로 꼽힌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새해 첫 전시로 '한국 추상화가 7인'전을 열고 한국 추상회화의 역사를 되짚는다. 김복기(아트인컬처 대표)경기대 교수가 총괄 기획을 맡았다. 6일 개막한 전시에는 이봉상(1916~1970),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의 작품 57점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들의 아카이브 섹션을 아트센터 지하 1층 공간에 마련, 생전 기록과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의 내막을 살필 수 있게 했다.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전은? 20세기 추상회화를 이끌었던 7인의 작고 작가,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1920년대 출생 작가를 중심으로 해방 제1세대 작가들로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이룩해낸 작가들이다. 전시 제목의 ‘에이도스(eidos)’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존재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상(事象)의 본질을 좇는 추상회화의 속성을 '에이도스'라는 개념에 빗댄 것이다. 전시 기획자 김복기 교수는 "이들 작가 7인은 동시대 미술의 거대한 물결을 공유하면서, 서구 조형어법에 주체적으로 대응했던 한국미술의 유산"이라고 했다. 전시에 소개된 7인의 작가는 ‘자기화의 몸부림’이 치열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지역 특수성과 세계 보편성… 이항대립의 인력과 척력을 헤쳐 나간 그 자생의 길은 21세기에 와서 단색화가 국제무대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기적을 낳았다." 김 교수는 "한국의 추상회화는 서구 미술의 추상 계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추상미술=형식주의(formalism)’의 단순한 도식에 결코 가둘 수 없다. 추상이라는 형식과 구조에다 모국주의(vernacularism)적 표현 내용과 정신, 시대 상황까지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들춰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추상회화는 서구의 추상과 무엇이 다른가 이 전시는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양식을 따라잡는다. 작가들은 작품에서 주제를 도외시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의 형식과 구조와 함께 그 표현 정신을 대단히 중시한다. 굳이 말하자면 ‘내용이 있는 추상’이다."(김복기) 형태의 환원과 원시적 비전(이봉상),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류경채), 서체적 충동의 추상 표현(강용운), 서정적 액션의 분출(이상욱), 초현실주의적 신비주의(천병근), 전통 미감과 불교적 세계관의 현대적 구현(하인두),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빛(이남규)을 통해 추상회화의 '동도서기'(東道西器)를 묻는다. 그렇다면 한국과 서구의 추상회화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한국 추상회화는 전통을 어떻게 양식의 자양분으로 삼았는가. 미술사적 질문을 해볼 수 있는, 미술전공자들의 현장 수업 같은 전시다. 2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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