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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北 극초음속 미사일 성공했다는데 韓美 못 믿는 이유

등록 2022-01-09 09:00:00   최종수정 2022-01-18 08: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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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작년 9월 이어 두 번째 시험 발사 주장

국방부·군, 北 주장 일축…"현무-2C 수준"

전문가, 北 극초음속 기술 확보 못했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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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국방과학원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6일 보도 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2.01.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하지만 한국군은 의문 부호를 달며 북한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면서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6일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도 시험 결과에 만족했다고 한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지난해 9월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한미 군 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북한의 발표 내용이 실제로 탐지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군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을 'MARV(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를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며 2017년 한국군이 개발한 현무-2C 수준의 무기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극초음속 활공체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종말 단계까지 마하 5 이상 속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북한 미사일은 최고 속도만 마하 6을 찍었을 뿐 이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따지기 전에 극초음속 미사일이 어떤 무기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북한이 지난해 9월28일 쏜 미사일은 엄밀히 따지면 극초음속 활공체(HGV: Hypersonic Glide Vehicle)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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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2022.01.06.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극초음속 활공체는 탄도미사일처럼 로켓 추진체에 탄두가 달린 형태를 띠고 있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로켓 추진체에 의해 수직으로 상승해 대기권 바깥 근처(약 100㎞)까지 올라간다. 추진체가 분리되면 재진입체가 대기권으로 떨어진다. 재진입체는 비행체의 공기역학적 형태를 이용해 약 30~70㎞ 고도에서 마하 5 이상 속도로 활공 비행한다.

재진입체가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로 인해 발생하는 비행체 하부의 압력이 양력으로 작용한다. 재진입체는 이 원리를 활용해 마치 글라이더처럼 미끄러지듯이 비행한다. 재진입체는 마하 5 이상 속도로 날면서 비행경로와 궤적을 변화시킬 수 있어서 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하기 어렵다.

이처럼 극초음속 활공체는 고도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 같은 수준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극초음속 활공체는 물론 일반 탄도미사일에 적용되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한 적이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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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2022.01.06.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이 지난해 9월, 그리고 이번에 수행한 시험 발사 역시 성공이라고 부르기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발사체를 저고도까지만 상승시킨 뒤 탄두부의 정상적인 분리, 대기권 안에서의 활공 비행 등 낮은 단계의 시험을 하는 데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기에는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화성-8형 및 신형 반항공미사일 시험 발사 평가와 함의' 보고서에서 "다년간 극초음속활공체 개발을 추진해 온 미국, 러시아 등 주요 선진국 대비 북한의 극초음속 활공체 관련 기술(특히, 유도조종 및 형상 설계 등) 수준은 다소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화성-8형의 극초음속 활공체가 활공 비행 단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성능(고기동 및 경로 비행 횟수 등)도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은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의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극초음속활공체는 활공 비행 단계에서 최소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극초음속무기로서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로는 화성-8형의 극초음속활공체가 활공 비행 및 종말 단계에서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였다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마하 3 이하로 추정)"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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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국 극초음속 활공체 비행 방식. 2021.10.03. (자료=황기영·허환일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나아가 신 위원은 북한이 한국군의 각종 신무기 개발 성과에 대응하기 위해 극초음속 활공체를 급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보다 앞서 성공한 최근 우리의 SLBM 시험 발사로 인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극초음속활공체를 탑재한 화성-8형의 시험 발사를 추진했을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영순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은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 역량을 검증할 기본적인 설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글에서 "극초음속 무기체계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해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기술 선진국만 개발하고 있다. 검증할 수 있는 시험 시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에 따르면 미국 뉴멕시코주 홀로만 공군 기지에 설치된 극초음속 무기 시험장의 장비는 길이가 15㎞에 달한다. 중국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극초음속 풍동시험장을 건설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은 물론 대규모 시험시설이 필요하고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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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극초음속 무기 궤적. 2022.01.09. (자료=조성진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군사전략학 교관 논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신 센터장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이번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은 실패했거나 아니면 선전 효과만을 노린 것이라 짐작된다"며 "극초음속 무기체계는 극초음속 비행 환경하에서 시험해야 하는데 이번 시험의 비행고도와 비행거리를 고려해보면 극초음속 비행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요구 성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체계가 구축돼있지 않으면 무기체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관련 자료 부족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기술 수준과 경제적 현실 등을 고려해볼 때 첨단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여건이 아직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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