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설움 씻어 볼까…가상 부동산 투자 인기
트윈코리아·메타그라운드 등에서 가상 부동산 완판 행렬메타버스·NFT 기술로 구현 가능해져…대리만족·수익기대도 배경시스템·수익모델·가치 불확실성 등으로 위험 높아 투자 주의 필요
특히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급등하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대출을 받는다는 뜻)·빚투(빚내서 투자)에 한계를 느끼거나 벼락거지(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가 된 2030세대가 가상세계에서라도 '내 땅'을 갖고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상 부동산은 수익 모델이 모호하고 시스템과 가치의 안전성·안정성이 모두 담보되지 않은 점 등 높은 위험을 안고 있어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IT·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맛집정보 서비스 운영사로 잘 알려진 식신이 메타버스 속 대한민국인 '트윈코리아'에서 지난달 20일 서울 지역 사전청약을 진행한 결과 완판까지 채 9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트윈코리아 서울 핵심 상권 1분도 안 돼 사전청약 마감 서울 땅을 가로, 세로 각각 100m, 약 100㎡(약 3000평)인 셀(Cell) 4만6000개로 쪼개 팔았는데 특히 강남역, 삼성동, 한남동, 홍대, 청담동, 도산공원, 가로수길, 여의도, 용산, 을지로 등 핵심 도심지역은 개시 1분도 채 안 돼 청약이 마감됐다. 셀당 가격은 약 10만원대로 책정됐다. 트윈코리아는 서울에 이어 오는 17일부터 경기권 신도시 청약을 진행한다. 싸이클럽은 돈 버는(P2E: Play to Earn) 부동산 NFT 플랫폼 '메타그라운드'가 오픈과 함께 출시한 부동산 NFT 팩이 판매 2일 만에 완판됐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메타그라운드는 '강남 아파트 NFT'에 투자하는 부동산 NFT 플랫폼이다. 싸이클럽의 NFT 플랫폼 중 하나다. 메타그라운드 부동산 NFT를 구매하면 건물주가 돼 부동산 NFT를 소유한 것에 대한 임대수익(보상)을 받는다. 스타트업 외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이동통신사 KT의 ICT 플랫폼 및 솔루션 서비스 계열사 KT 알파는 지난 13일 한국토지신탁, 후오비 코리아와 메타버스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3사는 가상토지·가상부동산과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시스템을 구축하고,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아이템 거래 및 콘텐츠형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 '어스2' · '디센트럴랜드'에서도 가상 부동산 투자 활발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은 국내는 물론 해외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서도 나타난다. 2020년 11월 론칭한 호주의 가상부동산 플랫폼 '어스2'(Earth2)의 한국 이용자 자산 총액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어스2는 구글의 3차원 지도 '구글 어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어스2에 접속하면 구글맵을 이용해 만든 세계 전역의 1:1 축척의 지도가 보인다. 이용자는 이 지도를 보며 세계 각국의 땅을 사고팔 수 있다. 최소 구매 단위는 10㎡로 가로·세로 10m의 정사각형 땅의 단위로 판매하는데, 어스2에서는 이를 '타일'이라 한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도 미국에 이어 한국의 사용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가상 부동산 투자에 나서 눈에 띈다. 캐나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토큰스닷컴의 자회사인 메타버스그룹은 지난해 11월 디센트럴랜드 내의 디지털 상가를 250만 달러(약 30억원)어치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NFT로 소유권 주장 및 매매 가능 이렇게 가상 부동산 투자가 열기를 띠고 있는 것은 일단 현실이 융합된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특히 메타버스 내 자체 경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열쇠로 꼽히는 NFT 기술이 주효했다. NFT는 한마디로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기반 가상세계 속 일종의 '등기부등본'이다. 가령 가상 부동산을 NFT로 발행하면 생성시간, 소유자, 거래 내역 등이 블록체인을 통해 모두 암호화해 기록해 유일성을 보장한다.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매매도 할 수 있다.
◆대리만족·수익 기대도 유행 배경 대리만족과 수익실현 기대도 가상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게 하는 주요 동기다. 특히 평생 소득을 모아도 강남 아파트 한 채를 못사는 현실에 처한 MZ세대들이 기득권자가 없는 가상 부동산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물 부동산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장 형성 초기에 상승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매입하면 고수익을 노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가치의 안전성·안정성 불확실…투자 주의해야" 그러나 가상 부동산 투자는 많은 위험을 내포했다. 우선 서비스 완성도나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에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 가상 부동산 플랫폼은 작년 12월 29일 베타 서비스를 론칭한 지 하루 만에 종료했다. 예상치 못한 이용자 폭주로 서버 점검에 나선 지 몇 시간 안 돼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또한 가상부동산은 자산으로 삼고 투자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무엇보다 플랫폼이 사라지면 개별 부동산의 소유권도 휴짓조각이 된다. 또 메타버스 세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지 않고, 수익모델이 탄탄하지 않으면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관련 법·제도 미비…옥석 가려질 전망" 법·제도의 보호를 받기도 힘들다. 아직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NFT 등 가상자산에 대한 법·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가상부동산 투자 수익을 현금화하는 것이 원활한 상황도 아니다. 가령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이메일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거나 소액의 경우 현금화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시장 형성 극초기임에 가상 부동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메타버스·NFT 기술 성장 잠재력만 믿고 묻지마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에는 경쟁력 있는 소수 플랫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투자 접근에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