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D-7]②책임범위 모호·사각지대 여전…혼란 불가피
대표? 안전담당?…경영책임자 범위 불명확안전보건 의무도 모호해…"과잉처벌 우려"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등에 실효성 논란도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참사'로 경각심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대비에 어느 때보다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법 적용 대상인 경영 책임자 범위와 의무가 모호하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특히 정부는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의무' 역시 불명확해 과잉 처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산재 사망 사고의 81%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서 실효성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책임자 범위 어디까지? 애매해"…경영계 '반발'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경영계가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법 해석상 애매모호한 사항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경영 책임자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준수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중대재해법상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통상 대표이사)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통상 안전담당 이사)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근거해 일부 기업에서는 '안전담당 이사를 별도로 두기만 하면 대표이사는 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느냐'는 문의도 있지만, 정부는 그렇게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은 원칙적으로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한 것"이라며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등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 자를 경영 책임자를 선임한 경우에도 대표가 중대재해법상 의무 주체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영 책임자 의무도 모호"…혼란 가중·과잉처벌 우려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인 '적정한' 조직과 인력, 예산 등도 여전히 논란이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 책임자의 처벌 여부와 관련,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유해·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구체적 수단,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워 기업 여건에 맞게 자율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나서도록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조직, 인력 등을 형식적으로 갖추는 것만으로 해당 의무를 온전히 이행했다고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기업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기업은 의무를 다했다 해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하청 관계에서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누가 이행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전날 경총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 포럼'에서는 "협력사 관리감독자에 대한 평가까지 원청에서 부담해야 한다면 어느 단위까지 평가해야 하는 건지 상당히 애매하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산재 81%'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등 사각지대 많아 중대재해법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27일부터 적용되는데, 이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영세 사업장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대부분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 828명을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이 전체의 80.7%를 차지했다. 5~49인이 42.4%, 5인 미만이 38.3%였다. 올해 이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5인 미만 사업장 여부를 판단할 때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이나 플랫폼 종사자는 포함되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이 법은 적용 범위 사업장 인원 기준을 '상시 근로자'로 하는데, 고용부가 "특고나 플랫폼 종사자가 5명 이상이어도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다. 이렇게 되면 예컨대 배달대행 업체가 관리자를 4명만 채용하고, 배달기사 수십명과 위탁 계약을 체결해 배달을 맡겨도 중대재해 발생시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심혈관 질환 등은 끝내 빠진 점, 경영 책임자가 책임과 의무를 회피할 수단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 등도 노동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모호한 해석과 사각지대 발생으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 6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법이 시행돼 판례가 쌓이면 가시화될 것이고 그걸 통해 법령 등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