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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를 좇는 괴물은 너인가 나인가?...송상희 '자연스런 인간'

등록 2022-02-05 06:35:00   최종수정 2022-02-14 09: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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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서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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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상희, '사과', 2021,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15초.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역사적 사건이나 문학 등에서 언급되는 사과에 대한 다양한 내용과 이미지를 중첩시키거나 교차시켜 만든 3채널 영상작업이다. 작가는 사과가 중세부터 선악과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과를 진리와 거짓, 선과 악, 좋음과 나쁨 등 다양한 이분법적 구분을 재고하기 위한 모티프로 활용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무한경쟁 시대 너, 나가 아닌 우리로서 어떻게 공생해야 할까?

'사과' 때문에 선과악 이분법에 사로잡혔던 고정관념을 깨고 '선악의 저편'으로 이끄는 영상 전시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에서 열린 미디어아티스트 송상희(52)의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17), 에르메스재단 미술상(2008)등 화려한 수상 이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작가다.  재앙이 휩쓸고 간 역사적 장소를 찾아다니며 ‘소리없는 죽음을 진혼하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2006년부터 노르웨이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인간'을 타이틀로 펼친 전시는 영상과 사운드, 드로잉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커미션 신작 6점과 국내 첫 공개하는 영상도 1점도 선보인다. 전시명은 1886년 출간된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서 인용한 문구다.

 "현실은 선과 악같이 이분법적으로 일견 분명해 보이지만 실상은 개인의 본성이 서로 얽혀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점을 반추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영상  '기거, 너 그리고 나'는 2018년 제작된 2채널 작품으로 강한 자를 좇는 괴물은 ‘너인지? 나인지? 누구인지?’를 찾아보게 한다.

작품은 이질적으로 보이는 역사와 픽션을 나란히 보여준다. 한 채널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과거와 현재 풍경이 담겼다. 작가는 1900년대 초중반 식민지였던 양국에서 유통된 엽서를 수집하고, 엽서의 배경으로 추측되는 장소를 방문하여 엽서와 그곳을 화면에 병치시켰다. 그 장소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들을 수용했던 건물, 반둥의 수카미스킨 감옥,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포로수용소와 같은 피지배 역사의 장과 네덜란드인이 좋아했던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등이다. 작가는 엽서와 실제 장소를 대조해 과거가 현재에까지 미치고 있는 영향을 드러내고, 엽서가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문화적 폭력의 도구로 활용되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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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상희 '말걸기', 2021, 복합 매체 설치,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회전 드론 스피커 6대, 24분.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상처를 주고받은 우리가 서로 공생할 수 있을까'를 되묻는 작업도 있다. '말걸기'(2021)는 6개의 드론 스피커와 16개로 분할된 다중화면과   단일화면이 교차되며 '말걸기'를 이어간다. 조각조각  나뉘는 화면은 분열된 채 살아가는 각자의 불확정적인 정체성과 상대적 관계에서 오는 불협화음의 단상을 보여 주지만, ‘당신’과 ‘나’의 존재와 서로에 대한 인식, 상처의 정체에 대해 되묻는 과정을 통해 소통과 융합의 의미를 전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러닝타임은 약 100여분 가량 되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촬영기기와 정보 전달 매체를 비롯한 섬세한 드로잉, 오브제를 조합하여 관람자와 관계를 형성하려는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며 전시 보기를 추천했다. "잠시나마 복잡한 상념에서 벗어나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며, 각자의 본성과 자연 그대로의 인간상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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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상희 '꿈', 2021, 복합 매체 설치, 가변 크기.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영상 ‹꿈›은 안견의 ‹몽유도원도› 속 복사꽃 밭과 강화도 화순의 고인돌 공원의 나무가 중첩되며 꿈과 현실의 분간이 어려운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점의 불빛을 따라 찾아간 복사꽃 밭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사각지대에 놓인 삶과 잊힌 죽음들을 암시하는 참담한 모습들이다. 겨우 몸을 눕힐 수 있는 고시원, 구의역 지하철 승강장, 고급주거단지와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지는 양재천, 청계천, 불광천 등 배경이 되는 각 장소는 뉴스에서 한번쯤 접했을 빈곤과 소외로 인한 사회적 타살을 암시한다. 활짝 핀 복사꽃잎은 나무에 매달린 작은 옷껍질에 비유되며, 이는 마치 비인격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떠난 이들의 영혼을 상징하는 모티프와 같다. 이처럼 동양권의 이상향을 대표하는 무릉도원에서는 꿈꿔왔던 세계가 아닌 차디찬 현실의 단면들이 펼쳐지며 이상향의 존재 여부를 되묻게 만든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송상희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1년 전시 의제인 ‘트랜스미디어’와 연관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와 인류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위로와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적막함과 아이러니함이 넘치는 작품은 보기만해서는 이해가 쉽지 않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사전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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