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靑 특활비 소송' 끌다 기록물로…文, 같은 생각 하나
특활비·의전비용 공개 소송에 항소한 정부임기 끝나면…지정기록물로 이관, 비공개특활비 소송, 박근혜 때도 정부 패소했지만탄핵 후 대통령지정기록물 되며 2심 각하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투어 청와대 권한을 내놓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특활비 등 청와대가 쓰는 재정의 투명한 운영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2일 한국납세자연맹(연맹)이 청구한 정보공개 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것에 불복해 항소했다. 연맹은 2018년 6월과 7월 정부를 상대로 대통령 내외 의전비용과 취임 이후 구체적인 특활비 집행내역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거절되자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당시 부장판사 정상규)는 지난달 10일 개인정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임기가 불과 2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진행될 2심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등의 사유로 각하 처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들 정보가 문 대통령 퇴임 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맹 측이 공개를 요구한 특활비 집행내역이나 의전비용은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사이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다. 일단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 15년의 범위(개인의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내의 보호기간이 정해진다. 이때부터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른 법률로 자료 제출이나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
연맹의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한 정보공개 요청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가 당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실을 상대로 2013년 3월1일부터 2014년 7월31일까지의 특활비 집행내역, 국외여비 집행내역 등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2016년 1심에서 승소했지만, 2018년 1월 각하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각하 사유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공개를 요구한 정보들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됐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은 재판 과정도 유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대통령 당시 정부 측은 특활비 집행내역 등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2호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정부도 같은 조항을 근거로 특활비 집행내역을 비공개했다. 하지만 양 정부 모두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보들이 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두 사건 재판부 모두 "몇 호에서 정하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 지를 주장·증명해야 하는데,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개괄적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런 대처에 '깜깜이 예산'인 특활비가 비공개 사유마저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 변호사는 "특활비 문제는 정보공개법이 생겼을 때부터 나왔다"며 "최소한의 감시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보공개 소송이 이번에도 무의미하게 끝날 우려가 커지면서 특활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선택 연맹 회장은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누가 됐든 대통령의 특권들, 특활비부터 폐지하고 가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자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