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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계획대로 진행중" 푸틴 발언 사실일 수도-WP

등록 2022-03-23 10:35:08   최종수정 2022-03-23 10: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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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 뒤집겠다는 야심의 일부

전쟁 장기화 국내 반대세력 제거·러시아 진로 재정립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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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대량학살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2.03.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병력의 10% 이상을 잃는 등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달 24일 개전 이래 두 번째로 지난 16일 "특별군사작전"이 "계획대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푸틴의 말이 사실일 지도 모른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푸틴의 두번째 발언이 있고 난 뒤 서방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경멸하면서 푸틴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애당초 단기간에 승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면? 푸틴이 그보다 더 큰 야심이 있고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면?

푸틴은 여러 차례 분명하게 냉전 이후 세계 질서가 정치적 중립과 합법적 원칙에 따른 것이 아니며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만든 것이어서 이를 뒤집으려 한다고 밝혔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옛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른 것을 비꼬아 미국을 "거짓의 제국"이라고 불러온 푸틴으로선 미국이 승리한 건 무책임한 소련 지도자들이 싸울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푸틴 말대로 승리에 취한 미국이 유엔의 승인도 받지 않고 코소보나 이라크 등지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위선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믿지 못하며 나토가 러시아를 "해체"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푸틴에게 러시아의 반격은 장기 프로젝트다. 2007년 연설에서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해롭다"고 한 그가 지금 나토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를 징벌하는 중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순 없을지 몰라도 도시를 초토화하고 교착상태가 지속되도록 만들어 주권을 제한할 수는 있다. 조지아와 몰도바에서도 했던 것처럼 말이다.

푸틴은 전쟁이 길어지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 그래야 국내의 "인간쓰레기"와 "반역자"들을 처벌할 핑계가 생기고 서방의 타락한 "남녀 해방"에 맞서는 "기독교적 가치"로 러시아를 다시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푸틴 예상보다 강한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푸틴은 오히려 서방국들이 자국민들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경제적 고립을 자존 능력을 강화할 "구조 개혁"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우리가 보기엔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그는 인명을 희생시키는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자신의 대 지정학적 설계가 잘 진행되도록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멀었다. 푸틴에게는 아직 카드가 남아 있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휘발유와 식품의 가격 상승 등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이 일으킨 전쟁은 서방국들이 도덕적으로 각성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선명성은 조만간 여러 권위주의 국가들로 인해 혼탁해질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로선 중국의 지원에 의지할 수도 있고 중립을 표방하는 인도와 같은 대국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인도는 서방이 러시아 제재를 석유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비료의 22%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푸틴은 지난해 10월 비료 수출을 제한했다. 하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달 16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옆에 서서 "긴밀한 유대"를 강조한 이유다.

미국의 외교정책의 실수가, 특히 이라크와 리비아에서의 실수가 푸틴의 선전이 먹히도록 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푸틴이 벌인 전쟁을 정당화할 순 없으며 푸틴은 지정학적 체스 게임 마스터도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푸틴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지도 모른다. 그는 이번 전쟁을 오래도록 준비해왔고 외교적 노력도 진행해 왔다. 그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넘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재의 위기는 세계 질서가 어떻게 돼야 하는 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이에 깊이 몰입돼 있으며 실패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옛 소련 지도자들이 저지른 실수를 다시 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반격하고 모스크바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푸틴이 몰락함으로써 그의 계획이 무산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들도 보다 장기적인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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