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와인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서울=뉴시스] 같은 품목, 동일한 용량을 기준으로 와인만큼 가격 범위가 넓은 물품도 흔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360억 병 정도가 생산되는데 가격을 보면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팔리는 가성비 높은 수입 와인도 있고 외국의 경매에서 수억원대에 낙찰되는 와인도 있다.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심지어는 한 해에 생산한, 같은 품종, 동일한 브랜드 와인이 서로 가격 차가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무엇이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는 다소 복잡한 유통 과정과 함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개입한다. 예술품과 같이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하거나 혹은 와인의 특정한 배경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가장 간단한 가격 결정 요소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원칙이다. 와인도 수요가 많고, 공급이 달리면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와이너리나 대형 유통업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해마다 생산량이나 출시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해 기상 상황에 따라서도 가격 변동이 생긴다. 일부 특급 와인이나 컬트 와인은 와인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아예 그루당 와인 생산량을 최소 수준으로 통제한다. 보통 포도밭 1㏊(100㎥/3000평)당 3000그루 정도 포도를 재배하고 그루당 와인 3~8병을 생산한다. 일부 지역은 ㏊당 9000그루가 넘지 않으면 된다는 규정도 있지만, 고급 와인일수록 재배 면적당 그루 수가 적고 그루당 생산량도 최소한으로 관리한다. 소테른의 최고급 귀부 와인인 ‘샤또 뒤켐’은 포도나무 한 그루 생산량이 1~2잔 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휴경지를 제외하고, 100㏊ 정도의 비교적 넓은 포도원에서 ㏊당 1000병 정도로 연간 평균 10만 병 정도 생산한다.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아예 한 병도 출시하지 않는다. 1910년과 2012년 등 지난 100년 동안 그러한 해가 10번이나 된다. 그래서 빈티지에 따라서는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한다. 보르도의 그랑 크뤼인 ‘로마네 콩티’의 재배 면적은 축구장 1.5개 넓이인 1.8㏊ 정도인데 지난 15년간 한 해 생산량은 평균 6000병 정도이다. 한 그루에 1병꼴이다. 2008년에는 3000병, 1945년에는 600병만 생산해 그해 빈티지는 특히 비싸다. 이러한 와인은 애초부터 비싸다.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는 평판이다. 이러한 평판은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특급 와인처럼 오랜 역사를 거쳐 수세기 동안 쌓인 경우도 있지만, 근래 들어서는 유명 와인 평론가들이나 와인 평론 잡지에 의해 형성된 경우도 많다. 지금은 은퇴한 로버트 파커의 평점이 1점 올라가는 데 따라 와인 가격도 평균 7% 정도 상승한다는 보고도 있다. 나파 밸리의 특급 와인인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은 와인 평론지 ‘와인 애드보케이트’와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은 다음 가격이 3~4배나 치솟았다. ‘떼루아’로 불리는 포도 생산지와 그 지역의 기후적 특성이 와인 평판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되기도 한다. 100년 넘을 정도로 오래돼 마실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도 그냥 희귀하기 때문에 비싸기도 한다. 마시기 위해 개봉되지 않고, 단지 컬렉션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변질할 우려가 큰 와인은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하는 와인 중 이런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수적인 요인과는 별개로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비용 요소는 포도, 숙성용 오크 통 가격, 병과 마개 가격이다. 대중적인 와인의 경우 모두 합한 원가가 1000원 이하인 경우도 많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오래된 오크 통을 반복해 사용하거나 스테인리스 통에 오크 나무 조각을 넣어 숙성하기도 한다. 트위스트 캡은 비용이 저렴하지만, 코르크 마개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스크루 캡을 사용한다고 꼭 저가 와인도 아니다. 실제 최근엔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40% 정도가 스크류 캡을 사용한다. 산지 와인 한 병이 1만원일 때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에 마실 수 있을까? 운송비와 보험료를 40%로 가정하면 한국에 도착하는 가격은 1만4000원이 된다. FTA에 따라 유럽과 미국, 칠레, 호주 등 대부분의 수입국은 15% 관세가 없다. 하지만 주세 30%, 교육세 10%, 부가세가 10%로 총 57% 정도 세금이 붙으면서 2만2000원이 된다. 여기에 물류 및 판매 비용 등 제비용과 이윤을 합해 보통 수입상 30%, 도매상 10%, 소매상 30% 정도의 마진이 책정된다. 이를 거치면 최종 소매가격은 4만1000원이 된다. 현지 가격 대비 4.1배다. 식당이나 와인바에서는 소매상 마진을 건너뛰어 매입 원가는 3만1460원이 된다. 하지만 식당이나 바에서는 관리비나 기타 비용에 이윤을 붙여 매장 특성에 따라 보통 매입 원가의 2~3배 정도(mark-up) 가격을 메뉴에 올린다. 그리고 10% 부가세가 추가된다. 현지 가격 1만원짜리 와인을 우리가 7만~10만원 정도에 마시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가격은 마시는 장소와 사람에 따라 매번 다를 수도 있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