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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마스크 시대⑤]이제 밖으로…기업들도 소비변화 '촉각'

등록 2022-05-02 00:55:00   최종수정 2022-05-09 10: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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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정부가 내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치를 발표한 2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다만 밀집도와 함성 등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50인 이상 모이는 집회, 행사, 공연, 스포츠 경기 관람시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2022.04.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산업부 =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2일부터 해제되면서 산업계도 일상생활에 미칠 여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년여간 실내에 머물러있어야 했던 생활터전이 다시 바깥으로 이동하면서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불어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전업계는 이번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에 따른 소비 트렌드 전환에 주목하고 있다. 가전시장은 그동안 가정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정부 지원 확대 등으로 생겨난 펜트업(보복소비) 현상이 판매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역대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에 이어 실외 마스크까지 해제되면 이제 '집콕' 소비는 급속하게 둔화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콘퍼런스콜(전화회의)를 통해 "올해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서 증가했던 각국의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서 가전 수요에 대한 성장 수준은 전년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내 시장도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TV의 경우 수요 둔화에 우려가 더 크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TV 수요는 2억700만대로 전년 대비 2.9% 감소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도 올해 TV 출하량이 2억1200만대로,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에 따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라인업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혁신 가전을 필두로 '기기 간 연결성'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들의 가전 교체 욕구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TV, 프로젝터,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부터 조명, 커튼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사용자가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사용자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캄 테크(Calm Technology)' 전략이다. '캄 테크'는 조용하다는 뜻의 '캄(Calm)'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의 합성어로 평소에는 조용한 상태로 있다가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김영무 삼성전자 상무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각국 방역 정책 완화로 홈엔터 수요가 야외 활동 및 여행 분야로 소비되는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스포츠 이벤트 개최 등 판매량 확대 기회가 있어 신모델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수요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매 성장을 노리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올레드 TV 출하량은 652만5000대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80% 증가했다. 올해는 올레드 TV 출하량이 800만대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전년보다 많은 22개 모델의 올레드 TV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를 맞아 '집 밖' 소비를 겨냥한 제품에도 힘을 모을 전망이다. 뷰티 가전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용·의료용 가전 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관련 상품을 개발해왔다. 특히 피부 관리기, 탈모치료기 등은 최근 계절성 수요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의 효과로 최근 판매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봄철을 맞아 관련 제품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정용 의류관리기 등 제품도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진입한 기존 가전 시장을 돌파하기 위한 신(新)가전의 개발과 판매도 주목된다. LG전자는 현재 개인용 '전자식 마스크'를 개발 중이다. 앞으로 마스크를 벗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황사 등으로 지속적인 고객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 출시를 고려 중이다. 또 지난해 출시한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신발 관리 가전인 비스포크 슈드레서, 비스포크 큐커 등과 같은 신개념 가전 판매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보복 소비 종료 이후 가전 교체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업체들로서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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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손에 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다음 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원칙을 해제한다고 이날 밝혔다. 2022.04.29. [email protected]
그동안 일부 마스크 원사 등을 공급하던 섬유업계의 경우 이번 조치로 인해 마스크 소비가 줄어들게 되면 매출에도 다소 영향이 생길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섬유업계의 경우 전체 매출구조에서 해당 납품 규모가 일부에 불과한데다 마스크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부분도 일부 원사 및 마스크 끈 등 소규모에 그치고 있는 만큼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실외 마스크 해제로 인해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의류 소비 등이 활성화되면 섬유 원자재 납품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사에 납품하는 공급 비중은 크지 않다"며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 수요는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레저 수요가 커지면서 의류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는 만큼 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지난 2년여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동시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리두기에 이어 실외 마스크까지 해제되면서 폭발했던 여행 욕구가 항공 예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국가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지면서 항공 예약 건수가 증가한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방역규제가 하나씩 완화될 때마다 예매율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출장 및 여행 건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도 향후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이미 글로벌 공급망 사태에 중국 상하이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까지 겹치면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어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로 바깥활동이 늘어나면 자동차 구매 수요도 더욱 늘어나 공급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상하이 봉쇄로 인해 부품 공급에 비상인데 가족끼리 나들이 나가려는 이들이 많아지면 자동차 수요가 더 늘어 공급난이 가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계도 야외활동으로 인한 유류 소비 및 여행 수요로 인한 항공유 사용 증가 등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탈마스크'로 사람들이 국내여행을 많이 하게 되면 휘발유 소비가 증가한다"며 "정유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게 항공유다. 항공사들 사이에서 운항을 늘리기 위해 항공유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늘어나고 판매도 증가해 항공유 마진이 좋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도 "석화업계는 선행사업인데, 마스크를 벗고 해외여행이 살아나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산업 활성화와 소비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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