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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언의 책과 사람들]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

등록 2022-05-07 06:00:00   최종수정 2022-05-09 1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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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 (사진= 열린책들 제공:) 2022.05.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5월은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의 달이다. 스승의 날을 기회로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가르침을 주셨던 고마운 분들에게 오랜만에 안부의 인사도 드리고 묵은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갖기에 그렇다.

얼마 전 영화평론가 강성률 선생과 함께 김종원 선생을 찾아뵙고 식사자리를 가졌다. 1937년 생이신 김종원 선생은 1959년부터 본격적인 영화평론을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원로 영화평론가이다. 또한 1980년대부터는 한국영화사 연구에 매진하여 ‘우리영화 100년’과 같은 중요한 연구서를 남겨, 한국영화사를 전공하는 강 선생이나 나에게는 큰 스승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 강 선생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생께 직접 사사 받기도 했고 나는 선생의 구술을 채록해 회고록을 준비 중에 있기에 다들 보통 인연이 아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뵙고 식사를 하면서 나눈 이 날의 첫 번째 화제는 영화평론가 노만 선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1935년생인 노만 선생은 1959년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960년 ‘세계의 배우 70인’을 출간했고 1964년에는 한국배우전문학교의 교재로 ‘한국영화사’를 발간했다. 또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발족했을 때 총무간사이던 김종원 선생과 함께 기획간사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돌연 영화계에서 종적을 감추었고 이후 소식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포스터 수집으로 유명한 정종화 선생을 통해 노만 선생이 김종원 선생에게 연락을 해 와 50여년 만에 충무로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우리는 글로만 봤던 전설적인 영화평론가의 근황에 무엇보다 반가웠다.

그날 또 다른 화제는 강 선생이 얼마 전 발간한 책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에 관한 것이었다. 강 선생은 오랜만에 뵌 선생께 자신이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사이에 갖게 된 고민들을 마치 상담하듯 털어놓았다. 60년이 넘게 글을 쓰고 계신 선생께 지혜를 구하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기댈 수 있는 큰 언덕 같은 선생께 속마음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는 것 같아 보였다.

모임이 파하고 집에 돌아와 강 선생이 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영화사 연구자답게 분단현실을 다룬 한국영화들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분석한 글들이 어렵지 않게 읽혔다. 어렵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잘 소화하고 쓴 문장이란 의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분단체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스크린에 재현된 북한은 어떤 의미인지를 곱씹어 보았다. 자연스럽게 대통령 선거 전 우연찮게 접하게 된 한 영상이 떠올랐다. 200만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어느 유튜버가 북한에 의해 흡수통일 당한 후의 가상 상황을 마치 외계인에 점령당한 지구의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댓글의 반응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과 같은 수준이었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과거와 마찬가지로 분단체제에서 북한을 다루는 스크린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을 비추고 있음을 2022년에도 새삼 확인하게 되어 씁쓸했다.

영상에 익숙한 시대라고 해도 영상을 제대로 읽어 내기에는 대중의 편차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영상의 파급력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이럴 때일수록 영상을 만든 이의 의도와 목적을 읽어 내는 평론가의 날카로운 시각과 냉철한 분석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의미로 강성률 선생의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는 분단 체제 하에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단순히 북한을 묘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남한의 사회를 반영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강 선생의 책을 읽으며 영화평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강 선생의 책을 읽고 나서 노만 선생과 만난 김종원 선생의 이야기가 궁금해 전화를 드렸다. 선생께서는 무려 다섯 시간 동안 묵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향후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50여년만의 만남에 관해 이야기 듣다보니 분단 77년은 너무 오랜 시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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