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우의 작가만세]금정연 "'노키즈존, 지금 시대 관통하는 단어죠"
알라딘 MD→서평가→작가신조어 탐구한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출간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운이 좋았죠. 청탁이 들어와 글을 썼고 그게 모여 책을 냈으니까요." 문학계에서도 낯선 직업 '서평가'로 활동하던 금정연(41)은 작가로 거듭났다. '아무튼 택시', '담배와 영화'에 이어 최근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를 펴냈다. 서평가. 비평가는 아니다. "돈을 받고 서평을 적는" 사람이다. 책이 좋아 인터넷 서점 MD로 일하다 퇴사한 후 시작한 직업이었다. "첫 달 수익은 16만원이었다. 주간지와 영화지에 서평 1편씩을 적고 8만원씩을 받았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이젠 서평이 아닌 자신의 글을 더 많이 쓴다. ◆책이 좋아 시작한 인터넷 서점 MD, 책과 멀어져 그만두다 서평가 인생은 알라딘과의 인연이 시작이었다. 2003년 군 생활때틈틈히 인터넷 리뷰를 작성했다. 군대에서 쓴 책 리뷰만 100편에 가깝다. 이주의 리뷰에 당첨돼 100만원 가까운 상금을 받았다. "알라딘에 입사한 후 제 회원 정보를 조회해봤는데 비고란에 '이주의 리뷰에 너무 많이 당첨됨'이라고 적혀있더라고요. 너무 자주 뽑혀 요주의 인물이 된 거죠." 2006년 알라딘에 입사해 4년간 인문 분야 MD로 일하고 퇴사했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다. 책이 좋아 알라딘에 입사했지만, 오히려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 책을 팔기 위해선 깊이 읽는 것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파는 것이 중요했다. 회사로 쏟아져는 책은 저자, 출판사, 해외 반응 등 외적인 것만 보다 보니 멀어지게 됐다. 퇴사 후 시작한 '서평가' 일은 되레 신났다. 청탁이 늘었고 서평을 모아 책을 낼 기회도 생겼다. 2016년에는 계간지 '문학과사회' 편집인으로도 참여했다.
◆작가가 된 금정연, '신조어'에 집중하다 서평가에서 작가가 된 금정연이 집중한 것은 '신조어'다. 신조어가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는 생각에 이를 주제로 2년간 글을 써왔다. 그동안 책과 작가에 대해 깊이 다뤄왔던 그는 이번엔 단어로 사회를 바라봤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에는 그 시선이 담겼다. 서평에 익숙한 그는 기본적으로 인용을 많이 하는 편이다. '흙수저'라는 단어에서 밴드 '더 후'의 가사 중 '플라스틱 수저'를 떠올리고 영화 '쇼생크 탈출'에 등장하는 숟가락을 떠올리는 식이다. "서평을 쓸 때 구절이나 이론이 머릿속에서 연결되는데 아마 직업적 훈련이 이뤄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나는 '맘충'이나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들불처럼 번진 이후의 우리 사회는 그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여성이나 아동을 향한 혐오가 그전에는 없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특정한 단어들을 통해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본문 중에서) 금정연은 최신 트렌드와 이슈는 물론, 이 시대의 진짜 모습과 우리의 감춰진 욕망을 알아내기 위해 신조어를 탐색했다. '존버', '플렉스', '워라밸' 등 24개의 신조어를 다룬 금정연은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신조어로 '노키즈존'을 꼽았다. "'노키즈존'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선언이에요. 새로운 세대를 환대하지 않겠다는 선언." 그는 이 단어에 대해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며 참담했다. 혐오를 담은 신조어를 보며 우리 사회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저버린 느낌이 들었다. '민식이법 놀이'나 '맘충'에 대해 알아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는 '노키즈존'이 미래에 사라질 '사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사회가 나아질 것이라는 소망에서다. 그는 책 제목을 '미래 사어 사전'이라고 지으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잘 보여주는 사료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래 시점에는 사어가 될 것들을 모아둔 거죠."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신조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말들을 썼던 우리와 우리가 살았던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맘충’이나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들불처럼 번진 이후의 우리 사회는 그 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여성이나 아동을 향한 혐오가 그 전에는 없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특정한 단어들을 통해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고등학생 시절 꿈은 프리랜서였다. 분야는 상관없었다. 지금도 그 꿈은 유효하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든 간에, “동료 시민들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이자,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분명한 건,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노키즈존은 적절한 조치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차별이다. (…) 나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환대할 능력이 없는 사회가 아닐까 의심한다. ‘아이들과 함께할 자격이 없는 사회’라는 뜻이기도 할 테다. 이런 이유로 만약 한국인이 멸종한다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문제는 그때까지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아이들이다. 냉소는 쉽다. 하지만 냉소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순 없다. 다음에 올 세대들을 위해, 우리에겐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177쪽) 글을 쓰는 지면이 늘고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인 책임감이 생겼다. "겸연쩍을 수 있지만 세상에 필요한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