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보다 '고민'이 먼저…"제도 사각지대 해소해야"[반복되는 영아유기③]
원치않는 임신·출산에 대비해 적극적 행정 필요익명 출산 가능하게 하는 '보호출산제' 논의 활발"한부모 가정 지원 강화·절차 간소화"…목소리도청소년 피임 교육도 시급…미혼모·부 대다수 10대[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부모가 양육을 포기해 버려지는 아이들이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관련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획 없이 임신 및 출산하는 가정에 대한 지원 체계를 다지고, 필요한 경우 입양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급증하는 영아 유기 사건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보호출산특별법 등이 발의돼 있다. 보호출산특별법은 임산부가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에 이르게 된 청소년 미혼모·부나 범죄 피해자 등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되면, 아이를 길에 버리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다. 이 같은 보호출산제는 현행 출생신고제를 출생통보제로 대체하자는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행 출생신고제는 아이의 출생 신고 의무를 부모에 국한하고 있어, 국가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가 방치될 위험이 높다. 이에 법무부도 지난 4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은 누락되는 출생신고가 없도록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생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분만에 관여한 의료인 등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지 5년 만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자택에서 출산하거나 출산을 숨기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돼,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는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경우 태어난 아이가 친생부모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보호출산제가 가져올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평생 동안 버려진 아이, 부모로부터 기억되고 싶지 않은 아이로 살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한 인간의 정체성 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익명 출산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선은 미혼모·부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입양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각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위기 임산부'의 임신 및 출산을 지원하고, 한부모 가정에게는 일부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다만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홍보가 부족해 실질적인 구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는 한 남성은 "국가가 갖고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이나 제도로는 저희 가정을 지킬 수 없었다"며 "운이 좋게 민간 단체의 도움을 받았는데, 저 같은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아이를 포기하기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도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부모들의 경우, 까다로운 제도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도움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며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체계, 입양 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피임 교육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혼모·부의 대다수가 10대와 20대라는 점에서, 일찍이 학교 차원에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오 대표는 "10대들의 성생활을 쉬쉬하면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피임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