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알못]보험사 위기라는데…'RBC비율' 뭔가요?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보험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최근 지급여력(RBC, Risk Based Capital) 비율 이야기가 뉴스에서 많이 다뤄지는 걸 보셨을텐데요. 대체 뭐길래 보험사들이 위기라고 하는 걸까요? RBC 비율이란 보험사의 요구자본에서 가용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보험계약자들이 보험금 지급 요청을 한꺼번에 했을 때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밑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보다 더 엄격한 150%를 권고했죠.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지면 자본확충 등 재무개선 계획을 수립, 이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부실금융기관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문제는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 손실이 확대되고 RBC 비율 150% 밑으로 하락하는 보험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죠. 채권 금리 상승은 보험사가 보유한 매도가능채권 가치를 떨어트려 가용자본을 줄게 하고 RBC 비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잇따라 단행할 경우 보험사들이 입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운용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의 타격이 컸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 대비 채권 비중은 생명보험사 58.7%, 손해보험사 45.7% 정도입니다. 이를 지켜본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보험업권 리스크 간담회를 개최해 보험사 주요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보험사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RBC 비율에 경고등이 켜진 보험사들이 속출한 게 보험사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판단에서죠. 그동안 이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위주 발행 등 시장변수 변화에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봤습니다. 적용 시점은 이달 말 기준 RBC 비율 산출시부터입니다. 특히 내년부터 신 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부채도 줄어드는 구조라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가 과도기라 제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건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 부채 감소분을 RBC 가용자본에 가산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보험사들은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 제도(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습니다. 금리 하락기에는 보험부채 증가분인 LAT 추가적립금 40%가 가용자본에서 차감되는 점을 고려해 금리상승기일 때 대칭적으로 LAT 잉여액의 40%가 가용자본 증가로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 조치로 최근 RBC 비율이 하락한 보험사들의 비율이 100%를 초과해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