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의 사람들]①현장 사령관 "누리호는 러시아·유럽·미국 특성 모두 갖춘 발사체"
전영두 체계종합팀장, 선병찬 비행성능팀장, 박종연 엔진팀 선임연구원"발사 순간 '울컥·감사·긴장·행복' 모두 느꼈다"전 세계 헤매 찾고, 보고, 연구에 연구한 결과가 누리호"누리호로 발사체 전 사이클 확인했으니 안정화·고도화 빠르게 될 것"
인공위성제작 능력이 탁월한 한국은 그간 위성을 하늘로 발사키 위해 외국의 우주운송수단을 빌려 썼지만 이젠 내 나라에서 자력으로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 독자 우주운송수단은 위험하고 강한 기술이다. 이로 발사체 기술 구현을 우주주권 확보라고 흔히들 빗댄다. 우주선진국의 심한 견제와 촘촘한 보안망 속에서 내 나라에 없던 기술을 탄생시킨 주역들을 만나봤다. 지난 1일 누리호 발사 성공에 대한 열기가 한창인데도 대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난 누리호 성공 주역들은 차분했다. 이들은 누리호가 새로운 출발의 경계선이란데 의견을 같이 했다. 성공에 도취할 시간은 충분했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주역들은 선병찬 발사체비행성능팀장과 전영두 발사체체계종합팀장, 박종연 발사체엔진팀 선임연구원 등 현장 사령관 3명이다.
-누리호 발사성공,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맡으셨던 역할이나 임무를 소개해 달라. 전영두 팀장: "발사체 시스템 설계부터 최종 발사때까지의 모든 조립과정을 통제·관리한다. 각 개발팀에서 만들어온 구성품들을 조립해 하나의 발사체로 만드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또 발사체의 정기적 검사를 위한 지상 점검장비, 지상서 발사체를 점검하고 시험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통제하는 역할도 있다." 선병찬 팀장: "발사체 비행과정에 대한 컨트롤센터 임무를 맡고 있다. 비행 중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한 설계분석실이다. 발사체가 목표궤도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페이링이 분리돼 떨어질 때 안전한 지역에 낙하하는지는 물론 임무가능한 목표궤도에서 위성분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보기 위해 비행궤적을 설계 한다. 이를 위한 핵심기술인 자동제어 프로그램(유도제어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했다."
-발사순간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우주강국이 됐다는 자긍심에 들떴다. 그 순간을 회상한다면. 선 팀장: "조마조마 했다. 1~3단이 정상적으로 제어·분리되고 목표궤도에 들어갈 때는 안도감이 들었다. 위성분리 순간에는 긴장감도 사그라들면서 울컥했다. 옆 동료와 부둥켜 안은게 생각난다. 10년 이상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과 성과에 대한 감동을 나눴다." 전 팀장: "발사 리허설을 참 많이 했다. 시뮬레이터 통해 훈련도 숱하게 했다. 오히려 훈련때보다 긴장감이 덜했다. 1차 때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니 차분했던가 같다. 1차때도 이륙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끝까지 지켜보고 박수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목표궤도 안착해 위성모사체 분리 성공 발표가 났을 때 행복했다." 박 선임: "엔진 쪽 업무다 보니 이륙 순간에 가장 떨리고 긴장됐다. 엔진에 불이 붙어 비상하는 것과 폭발은 한 끗 차이다. 시험에서 안정적 결과를 얻었지만 최종 고도와 눈금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발사 뒤 통신개시 메시지가 들어오니 실감났다. 친한 선배가 휴대전화로 기프티콘과 '덕분에'란 문자를 보내줬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행복과 감동을 주는 일이구나를 느꼈다. 모든게 감사했다."
선 팀장: "발사체는 평화적 목표도 있지만 군사적 목적과도 긴밀히 연관돼 국가간 기술이전이나 공유가 통제된다. 자체기술을 얻는데 30여년이 걸린 이유다. 이 기간동안 누리호 연구원들은 전 세계를 헤맸다. 지상의 모든 자료를 탐색한다는 자세로 확인하고 찾아보고 배우고 공부했다. 초기 해외 전문가가 필요해 제한 속에서 러시아 자문도 받았다. 어깨 너머로 배우고 다각도로 익혀 결국 분야별로 그 기술들을 확보했다. 해외서 단편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를 토대로 국내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연구해 왔다. 이제 한번 확보됐으니 다음단계로 가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안정적으로 갈수 있다고 믿는다." 전 팀장: "우리가 누리호란 발사체의 시작과 끝맺음을 완수했다. 개별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그 것을 종합하고 융합해 발사체란 집적물, 즉 패키지로 창출하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이클을 돌아봤으니 다른 발사체를 하던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확장하던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 누리호는 러시아의 특성도 유럽특성도, 미국 특성도 갖고 있다. 세계 각지의 연구결과를 활용하고 또 그 연구를 재연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차곡 차곡 쌓여 탄생한게 누리호다. 여러 선진국의 연구를 융합한 것, 이는 더 좋은 확장성을 갖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확신한다." -엔지니어의 시각에서 발사체 자력 개발의 의미를 정의한다면. 박 선임: "자료조사하고 스터디하고 연구하고, 또 실제 형상을 갖춰 디테일 부분을 확인하고 이런 일을 반복했다. 워낙 옵션이 많은 분야다 보니 자문을 얻는다 해도 정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결국 해외 사례와 연구논문을 찾아보고, 공개되는 현장이 있으면 둘러보면서 공부하고 프로세스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연구해서 어떤 방법을 도출했을 때 이게 성공할지 100% 확신할 수 없다. 왜냐면 발사해서 우주환경속에서 직접 겪어봐야 최종적으로 입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지수들이 부담이 됐다. 누리호 성공은 우리가 연구하면서 만든게 틀리지 않았고 이를 더 좋은 발사체로 확장활 수 있다는 자심감을 얻게 했다는데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본다. 분명 외국의 자문을 받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우리에 맞게 적용하고 변환시켜 성공했다."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전 팀장: "너무 많다. 우선 연소 불안전 탱크 개발에서 속도가 나지 않은게 마음이 아팠다. 또 현재의 결과물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두려웠다. 누리호란 우주 발사체는 한번 쏘고 성공하지 못하면 또 쏘고를 쉽게 반복할 수 있는게 아니지 않나, 연구자 상호간의 의견차도 많아 하나의 결과를 도출키 위해 1안, 2안, 3안 등 여러 대안이 두고 어떤게 적합한지를 매번 결정해야 했다. 결정엔 책임이 따르니 그에 대한 심적부담을 가져야 했다. 해외서 기술을 전수받고 배우면 바로 결정될 일을 우린 매번 연구와 결정의 연속이었다. 결정에 대한 결과를 모르니 결정을 내리기가 두려웠다." 선 팀장: "비행 중 발사체 내부적으로 생기는 움직임과 각기 부위별로 다른 진동 강도가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진동하면서 날라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어가 잘못되면 진동이 커지면서 발사체가 피괴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발사체를 흔덜어봐야 정확한 현상 파악이 가능하다. 허나 시험할 설비가 없어 모델링해 적용했는데 우주의 극한속에서 '이게 실제 상황과 일치할까'라는 걱정이 컷다. 다행히 우리가 찾은 답이 맞았다. 앞선 발자욱이 없었다는게 어려움 중 하나였다. 목표궤도에 발사체를 정확히 넣기 위한 알고리즘이 있다. 엔진의 연소가 끝나고 정확한 시점에 엔진을 꺼주는 알고리즘으로 3단에 들어간다. 1차 발사때는 3단이 조기종료되는 바람에 우리가 자체개발한 알고리즘을 검증하지 못해 걱정했다. 하지만 이번 2차발사 때 멋지게 성공했다." 박 선임: "연소불안정 문제해결을 들고 싶다. 이와 더불어 인터페이스 설계의 적절성을 확인키 위해 실제 제품 만들어 대기압의 100배 압력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다 폭발한 적이 있다. 수조 속에서 진행됐는데 수조는 물론 강화유리까지 터졌었다. 사고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다".<2편에 계속>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