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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수학과 와인

등록 2022-07-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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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스-마리타임즈(프랑스)=신화/뉴시스] 수학의 ‘아레니우스 방정식’은 와인을 양조하고 보관할 때 온도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데 사용된다. 사진은 지난해 9월22일 프랑스 알페스-마리타임스 지역의 한 와인 저장고에서 와인 제조업자가 레드와인의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 2022.07.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근 우리나라의 허준이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또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분야가 다른 두 사람의 개인적인 배경도 흥미를 끈다. 허준이 교수는 원래 시인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했을 정도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임윤찬은 단테의 신곡을 여러 출판사별로 골라 읽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다. 허준이 교수는 수학을 글쓰기나 음악과 같은 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산술도 예술의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음악과 수학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양 음악의 이론적인 출발점인 음계는 2500년전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가였던 피타고라스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음악에서 수학적 비례관계를 발견하여 음정을 정립했다. 음악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수학자나 물리학자도 많다. 바이올린 연주회까지 열었던 아인슈타인이나 드럼을 물리학만큼 사랑했던 파인만, 양자물리학의 행렬역학을 기술한 하이젠베르크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탐구하는데 있어 수학과 물리학은 서로 떨어질 수가 없다. 수학을 물리학자의 언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학과 철학은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 탈레스, 플라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칸트 등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유명한 철학자는 모두 수학자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은 신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철학과 교과 과정에 수학이나 물리학이 없는 이유가 의아하다(‘과학 철학’이라는 과목이 하나 있다). 하버드나 프린스턴 대학 철학과의 학부 과정에는 ‘양자물리학의 개념적 기초’, ‘수학 철학’ 과목이 있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를 파헤치는 학문인 수학이 와인과 관련이 없을 리 없다. 유명한 수학자와 물리학자들 중에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원자폭탄과 컴퓨터를 설계하고 게임과 수학 이론에 큰 업적을 남긴 폰 노이만, 옥스포드 대학의 수학과 석좌교수이자 천문학자로 핼리 혜성의 궤도를 계산한 에드먼드 핼리, 그리고 하이젠베르크가 대표적이다. 와인은 복잡한 연구를 수행해 뜨거워진 과학자들의 뇌를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폰 노이만은 주말에는 종종 집으로 동료들이나 각계의 유명인사를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이 무신론자로 만들지 몰라도 와인 잔의 바닥에는 신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핼리는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레드 와인 한 잔을 마셨다.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는 아인슈타인, 폰 노이만, 괴델, 알란 튜링, 오펜하이머 등 수학과 물리학의 기라성 같은 석학들이 거쳐갔다. 허준이 교수도 거쳤다. 연구소 근처 와인 바에는 요즘도 저명한 연구자들이 모이는데, 다른 손님이 가끔씩 존경하는 의미에서 이들에게 비싼 와인을 주문해 주기도 한다.

수학은 와인의 생산과 유통과정에도 관여한다. ‘아레니우스 방정식’은 와인을 양조하고 보관할 때 온도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데 사용된다. 16세기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행성운동의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 케플러는 와인을 배럴로 판매할 때 생기는 가격 책정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하여 배럴에 담기는 와인의 양을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프린스턴 대학의 아쉔펠트 교수는 여름과 겨울의 기상 상황, 지역 특성 등을 수치화 하여 병입하기 전의 보르도와 보르고뉴 와인의 품질을 예측하는 수학 모델을 만들었다. 또 UCLA 대학의 수학과 베르토치 교수는 ‘와인의 눈물’을 만드는 물리적 요소인 와인 잔, 중력, 알코올의 증발 정도, 온도, 표면장력 등을 수치화 하여 와인의 품질을 예측하는 공식을 연구하고 있다. 수학적 모델을 사용한 또 다른 연구에선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두 가지 주요 요소로 알코올 도수와 산도를 꼽았다. 최근엔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연구진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와인의 향을 감별하는 전자 코를 개발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선형대수학, 미분, 확률 등의 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Mathematician(수학자)’, ‘Tangent(수학의 접선)’과 같이 수학자가 양조하고 수학 용어를 사용하는 와인 브랜드도 있다.

수학(?) 격언 하나.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의 숫자와 지금 마시고 있는 와인 잔의 숫자는 세지 말라.”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딜리버리N 대표 ybb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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