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허리띠 졸라맨다②]10년간 불용 예산 54조…강력한 재정준칙 힘 실리나
작년 세계잉여금 18조 달해…나랏빚 갚는데 3.4조국가채무 증가 속도 가팔라…10년 새 579조 늘어예정처 "세계잉여금 국가채무 상환 비율 높여야"추경호, 의원 시절 '국가재정법 개정안' 발의하기도재정준칙 법제화 추진…국가채무비율 60% 아래로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최근 10년간 정부가 쓰다 남긴 예산인 세계잉여금이 누적으로 5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해에 다 쓰지 못한 돈은 이듬해 결산을 통해 지방교부세 등으로 넘어가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활용된다. 일부 나랏빚을 갚는데도 쓰이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새 정부 들어 강력한 재정준칙 마련을 예고한 만큼 세계잉여금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가채무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전액을 채무 상환에 투입하는 식이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7조9949억원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규모로 세계잉여금이 10조원을 넘겼던 지난 2018년(10조6575억원), 2017년(10조422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외에 2016년(6조920억원), 2020년(5조7193억원), 2015년(2조5277억원), 2012년(8533억원), 2014년(964억원), 2013년(812억원), 2019년(619억원) 순으로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수입과 지출 등을 고려해 내년 예산을 짜는데 지난해의 경우 18조원에 가까운 돈이 남았다는 뜻이다. 이 돈은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먼저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정산에 활용한 이후 잔액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보태야 한다. 여기서 남은 돈의 30% 이상은 국채 및 차입금 원리금, 국가배상금 등 상환에 사용해야 하고, 그래도 남으면 추경 편성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를 공제한 잔액은 다음연도 세입에 이입된다. 올해의 경우 11조3382억원을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정산에 투입했다. 또한 국가채무 상환에 3조3949억원을, 2차 추경 예산 재원으로 3조2618억원을 썼다. 최근 나랏빚 증가세를 감안하면 국가채무 상환에 세계잉여금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068조8000억원(2차 추경 기준)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7%다.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국가채무는 579조원(118.2%) 늘었고, 국가채무비율도 17.1%포인트(p) 뛰었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늘어난 나랏빚만 400조원이 넘는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국면에서 불가피한 지출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 속도가 가파른 점은 우려스럽다. 반면 최근 10년간 세계잉여금에서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한 돈은 10조1784억원으로 전체 세계잉여금(54조126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8%에 불과하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국가채무 규모 증가 속도 및 추이를 고려할 때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의 국가채무 법정 상환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의 관행적인 추경 재원 투입을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예산을 늘려가면서 세계잉여금을 추경에 활용해왔다"며 "이번에는 본예산을 줄이겠다고 했고, 이는 필요하면 그때 가서 쓰겠다는 얘기이니 옳은 방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잉여금 처리 방법은 법을 개정해야 바꿀 수 있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률안 5건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대표적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의원 재직 당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여기에는 결산 시 국가채무비율이 45%를 넘을 경우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국가채무 원리금 상환에 전액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슷한 맥락으로 얼마 전 추 부총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마이너스(-)3%를 초과할 수 없도록 설계된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적자 폭을 -2%로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이 비율이 60% 이내로 수렴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나라살림이 일정 수준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국가채무 등의 수량을 법으로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약 110조로 예상되며, 이는 GDP 대비 -5.3%정도다. 단, 예외 조항은 있다. 경제 위기 등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준칙 적용을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위기가 종료됐다는 판단이 있으면 바로 준칙 기준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이 비관적이거나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는 준칙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는 실효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운영을 돕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예외 규정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수치화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이 지난 이후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회복 조항도 필요하고, 여기에는 어떤 속도로 적자를 줄이고 채무를 통제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넣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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