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획-악전고투 청년]①"취업준비 비용에 식비까지 무섭게 올라"…141만 자취생 아우성
식품업계, 라면 가격 9~11% 인상 예정외식 물가 상승률 8.8%…30년 만에 최고치20대 이하 1인 가구 가장 많아…약141만명취준생·사회초년생들, 물가 상승 직격탄"같은 용돈으로는 더 이상 생활 불가능"
청년들이 힘들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한때는 아픈 청춘을 노래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경제적 기반도, 사회적 지위도 아직 불안정한 시기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이 겪고 있는 위기는 '예전에도 그랬어'라는 말로 덮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취업 문턱은 계속 좁아진다. 감염병, 전쟁 등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흔들리자 금리와 물가가 치솟는다. 누군가 '대박'을 쳤다는 소식만 들릴 뿐 내 '빚투'는 위태롭다. 2022년 가을 20대 청년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여러 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박광온 수습기자 = #1. 서울 신촌 대학가 원룸에서 자취하는 취업준비생 김모(24)씨는 최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학원비와 스터디 카페 비용을 제외하면 식비로 쓸 수 있는 돈이 넉넉지 않다. 요즘은 즉석밥과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컵라면이나 3분 카레 등을 자주 먹는다. 김씨는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식비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며 "몇백원 오르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2. 서울 노원구에 혼자 살고있는 대학원생 장모(24)씨도 최근 들어 "퍽퍽한 서울살이"를 더 실감하는 중이다. 4년 전 서울생활을 시작했을 때와 같은 용돈으로 살고 있지만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용돈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한 끼만 사 먹어도 기본 1만원 정도는 하니 최대한 싼 걸 먹으려고 하는데, 학식도 꽤 많이 비싸졌다"며 "라면도 예전보다는 많이 비싸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까지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서민 가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나 먹거리 물가 상승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대 청년가구에 더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 가격 인상까지 예고된 상태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과 스낵 등 식품업계는 최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라면은 9~11%가량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라면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조미료 '미원', 편의점용 닭가슴살, 요구르트, 치즈 등의 가격은 이달 초 인상됐다. 농산물 가격 급등세에 이어 원유 가격 인상을 위한 유가공업체와 낙농 단체 간의 협상이 이어지고 있어 우유 가격 역시 ℓ당 300~500원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자 서민 실생활에 밀접한 라면, 우유 등 먹거리 가격도 상향등을 켠 것인데,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대다수인 20대 1인 가구에 직격탄이 떨어진 모양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년보다 7.9% 증가한 716만6000가구다. 이 가운데 20대 이하가 19.8%(약 141만8000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찍이 외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해외에서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란 신조어가 등장해 주목받았다. '런치(점심)'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합친 단어인데, 외식 의존도가 높은 청년 1인가구에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서민 음식이라 할 수 있는 품목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오름세다. 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의 평균 가격은 3046원으로 전월(2969원)보다 2.59% 상승했다. 삼겹살(200g) 가격은 1.7% 뛴 1만8364원, 김치찌개백반은 1.0% 오른 7500원, 냉면(1만500원)과 삼계탕(1만5462원), 칼국수(8423원)도 0.5∼0.7% 올랐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빡빡하다"는 표현을 넘어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최모씨(26)는 "요즘은 분식 메뉴 두 개를 주문해도 2만원 정도 나온다. 예전에 분식은 가볍게 먹는 메뉴였는데 새삼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느낀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밥을 항상 사 먹어야 하는데, 밥값으로 하루에 몇만 원은 기본으로 나가는 것 같아 아깝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한 대학교 기숙사에 사는 대학원생 황모(24)씨는 "요즘은 뭐 먹은 것도 없고 평소처럼 썼는데 카드값이 100만원씩 나온다. 이 정도 먹고 사고하는 데 이전에는 50만원 정도 들던 게 요즘은 70~80만원은 넘게 든다. 대학원생 월급으로는 생활하기가 빡빡하다"고 푸념했다. 사회초년생인 이모(24)씨는 "점심 저녁을 둘 다 사 먹게 되면 생활비가 부족할 지경이라 저녁은 되도록 부모님이 챙겨준 반찬 위주로 챙겨 먹는다"며 "추석에 전과 갈비찜을 챙겨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 점심에 약속이 있어 양식집에 갔는데 메뉴 2개에 5~6만원 정도 나오더라. 이 정도 물가가 계속되면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