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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형석 "이승만·김구 지지자 아울러야 국민통합"

등록 2022-10-17 09:00:00   최종수정 2022-10-18 08: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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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야 할 역사전쟁' 저자…역사학자·(재)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

"'국부 논쟁' 끝내고 이승만·김구 모두 '건국의 아버지들'로"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역사에 관심 두고, 제대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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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재단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8.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현대사'는 참 다루기 어려운 분야다. 일단 그 주역들, 최소한 그들의 자녀와 같은 '이해 당사자'가 살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처럼 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 관계가 형성한 나라에서는 이를 자칫 잘못 다룬다면 찬사를 듣기는커녕 비판을 넘어선 비난, 심지어 민·형사상 책임까지 각오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격동의 현대사'의 '격동'은 어쩌면 현대사의 한 장면, 한 장면뿐만 아니라 이를 다루는 연구자에게도 해당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런 현대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다. 바로 김형석(고신대 석좌교수·67) (재)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 8월15일 '제77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끝나야 할 역사전쟁'(도서출판 동문선)을 내놓았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단 사무실에서 김 이사장을 만났다.

가장 먼저 '위험'을 무릅쓰고 책을 낸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바가 '국민 통합'입니다"며 "국민 통합이 결실하기 위해서는 역사 문제가 바로 정의돼야 하기 때문입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원래 현대사 전공자가 아니었습니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했습니다. 대학(총신대 역사교육학과 교수)을 떠나 한민족복지재단 회장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연구에서 손을 놓고 있었죠. 그러다 제 자리로 돌아와 역사책을 다시 보니 현대사가 너무 왜곡돼 있는 것이었습니다"면서 "그래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단행본 몇 권을 냈고, 네이버 블로그('김형석의 역사산책')에 2년 동안 글 350여 편을 올린 것을 계기로 이번 책을 출간했습니다"고 부연했다.

김 이사장은 저서에서 '광복절'에 관해 우리가 갖고 있던 상식을 뒤집은 것은 물론 지난 10여 년간 좌우 진영 대결 원인이었던 '건국'은 물론 우남 이승만(1875~1965) 대통령과 백범 김구(1876~1949)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을 두고 벌어지는 '국부' 논쟁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우남과 백범을 두고,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을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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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재단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8.22. [email protected]
"한쪽에서는 백범을 신격화하고, 우남을 악마화하죠. 그런데 다른 한쪽에선 정반대 일이 벌어집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에 '48대 47'이라는 득표율 구도가 형성됐던 것처럼 역대 모든 대한민국 선거가 그렇게 거의 5대 5의 오차 범위 안에서 갈라졌죠. 안타깝게도 그 양 진영의 핵심에 우남과 백범, 두 분이 있습니다."

김 이사장의 우려는 이어졌다.

"우남 중심으로 역사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한강의 기적'이 이뤄진 것이지만, 백범 중심의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헬조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이 그가 펜을 다시 들게 만들었다.

"우남은 세계적인 정치가였습니다. 그 시대에 '프린스턴대'라는 미국의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서 국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죠. 미국 조야를 움직일 만한 역량도 있었습니다. 백범은 중국에 건너가 정말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독립을 위해 싸웠죠. 우남도 위대한 인물이고, 백범도 우리가 높이 평가할 인물입니다"는 그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 이사장은 "그런 분들을 두고 대한민국을 세운 사람, 그러니까 국부를 한 사람만 정하려다 보니 '우남이다' '백범이다'로 갈려 싸운 겁니다"며 "이제 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미국처럼요."라고 짚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조지 워싱턴'이나 '토머스 제퍼슨'으로 국부를 특정하는 게 아니라 무려 147명이나 되는 사람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로 추앙한다. 독립전쟁에 참전하고,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들이다.

미화 2달러 지폐를 뒤집어 보면 1775년 5월 '제2차 대륙회의'에서 13개 식민지 대표가 독립선언서 초안에 서명하는 모습을 그린 '독립 선언'(Declaration of Independence, 1818~1819년 존 트럼불 작)이 인쇄돼 있다. 앞면을 장식한 미국 제3대 대통령이자 '독립 선언서' 기초자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뿐만 아니라 뒷면에 나온 사람들 전부가 건국의 아버지들이다.

"그처럼 우리도 그렇게 건국의 아버지들로 하면 우남을 지지하는 사람과 백범을 지지하는 사람이 싸울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가 패러다임을 좀 바꿔보자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수긍하면서도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백범이 안두희의 흉탄에 서거하기 전까지 빚었던 우남과의 정치적 대립에 관한 인식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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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재단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8.22. [email protected]
그런 생각을 읽은 것일까. 그가 일축했다.

"전해지는 얘기와 달리 두 분 관계는 좋았습니다. 라이벌이 아니었어요. 우남은 임정 초대 대통령이었고, 백범은 당시 경무국장이었죠. 요즘 말로 하면 경호실장이었어요. 그래서 백범이 우남에게 깍듯했죠. 나이도 우남이 한 살 위거든요. 그래서 꼭 백범이 우남을 '우남장 형님'이라고 불렀어요. 선우진이라고 백범이 돌아가실 때까지 비서로 활동했던 분의 얘기로는 주변 사람들이 '국부가 되셔야 한다' '대통령이 오르셔야죠'라고 치켜세울 때마다 백범은 '대통령이 될 사람은 우남장 형님 한 분밖에 없다. 나는 외교를 몰라 (대통령이)될 수 없다'고 하셨다고 해요."

그렇다면 기자가 알고 있는 얘기는 도대체….

"백범은 상해 임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대한민국 정부로 만들고 싶었죠. 우남을 거기 총재로 모시겠다는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우남은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자칫 미군정과 껄끄러워질 수 있거든요. 게다가 임정 뒤에는 장졔스 총통의 중국 국민당 정부가 있었고요. 그런 이유로 우남이 독자적인 노선을 고수했는데 그때 결정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1948년 북한 김일성이 제안한 남북협상(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참석 문제였습니다. 우남은 아주 강경한 반공주의자답게 '어떻게 공산주의자들과 협상을 한단 말이냐'고 반대했어요. 그는 김일성 배후에 소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백범은 '그래도 (통일)가능성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봐야 할 거 아니냐'?면서 참석을 강행했습니다."

남북협상은 결국 우남의 판단대로 통일정부 수립 논의가 아니라 남한 단독정부 출범을 방해하기 위한 소련과 김일성의 책략에 지나지 않았다. '민족애'가 전부였던 백범은 그에 이용되면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서 불거진 갈등이 오늘날 두 분이 마치 대단히 원수 사이였던 것처럼 인식되게 만든 것입니다"는 그의 말에서 이런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우리 현대사 두 '거인'에 대한 김 이사장의 평가는 '용비어천가'는 아니었다. 비판적인 시각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남은 일본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펼쳤고, 해방 이후에는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죠. 6·25전쟁도 잘 극복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일궈냈습니다. 그러나 장기 독재한 것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백범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립운동에 생을 바친 것은 존경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해방 후 남북 협상에 몰입하면서 어찌 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다만 역사적인 인물을 평가할 때 당연히 가져야 할 생각으로 그는 '중국' 사례를 들었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만큼 20세기에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없을 겁니다. 1966년 5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죠. 덩샤오핑(鄧小平)은 그런 마오를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이 70%이고, 과가 30%라는 거죠. 마오 일파에게 핍박받았던 덩이었는데도요. 그런 마오에게 비하면 두 분은 최소 '공팔과이'(功八過二)나 '공구과일''(功九過一)일 겁니다. 공은 정말 많고, 흠은 훨씬 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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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재단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8.22. [email protected]
문득 그의 '진영'이 궁금해졌다.

김 이사장은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1990-1997) 선생이 '친일' 시비에 이어 '친나치' 의혹을 받을 때 앞장서서 그의 결백을 입증했다. '6·25 전쟁영웅'으로 미국에서도 존경을 받는 백선엽 장군이 친일 논란에 휘말리자 그를 변호했다. 모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으나 당시는 '반일' 정서가 강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보수, 우파로 여겨지기에 충분한 행보였다.

"한 신문사의 '이념 스펙트럼' 테스트를 해보니 저는 '중도 우파'로 나오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그게 맞을 거예요. 하지만 그건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자연인 김형석이고, 역사학자 위치로 돌아가면 저는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봅니다. 이념이라고 하는 것은 배제하고, 그 역사적 사실에 몰입하는 겁니다. 어떤 이데올로기적 선입관이 있으면 역사를 냉정하게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계가 상당히 좌로 기울다 보니 제가 우파적 시각으로 평가되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더군요"라는 그의 말에 아쉬움과 걱정이 교차했다.

이와 달리 그는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를 대변하는 더불어민주당과도 활발히 교류한다. 양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국힘)과 민주연구원(민주) 연구원들이 진영을 떠나 '국가 백년대계'를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 협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주제에 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해 양당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목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가 역사를 두고 같이 토론하면서 실체적 진실에 최대한 다가서자는 생각이다.]

"모두 모여 그때의 우남과 백범을 두고 실컷 논쟁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공통 분모'가 분명히 나올 거예요. 그런 부분만 추려내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그 폭을 점점 넓혀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사회가 통합될 수 있을 겁니다 역사 논쟁은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진영 안에서만 자신들이 옳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학문의 무대에서 서로 맞붙어야 합니다."

현대사를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방송에서 접하는 것이 전부인 우리 국민에게 '역사학자 김형석'은 무엇을 당부하고 싶을까.

"우리 현대사는 정말 놀랍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6·25전쟁으로 완전히 황무지가 돼 버렸다가 일어나 지금의 대한
민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이런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대한민국사'를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동시에 그렇게 고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채 오로지 '성장지상주의'로 나갔던 것은 반성해야 하죠. 역사는 굉장히 소중합니다. 역사 없이 국가가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우리 역사에 관심을 두고,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 역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비로소 국민적인 자부심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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