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후폭풍②]회사·공사채 유찰…금리 상승에 '백약이 무효'
기준금리 상승 지속·북클로징 부담증권가, 단기적 안정 예상…"근본적 원인 해결 아냐"[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에 나섰으나 이미 회사채와 공사채 유찰이 연달아 발생했다. 결국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까지 나서면서 일시적인 시장 완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수준의 정책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이미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들어간 기관들로 인해 연말까지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AAA급 공사채도 미매각, 회사채는 심각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AAA급 최상위 신용등급의 공사채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한국전력(AAA)이 2년 만기 채권 2000억원과 3년 만기 20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3년 만기가 최종 유출됐다. 공기업인 공사채는 통상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했던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혔던 것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국가지방기관에서도 보증이 철회되는데 다른 공기업과 회사들 역시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회사채 시장은 신용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나 레고랜드 사태는 현 시장에 대한 신용을 무너뜨린 시발점이 됐다. 이로 인해 다른 공사채들도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가스공사(AAA)도 2년 회사채가 유찰됐고, 인천도시공사(AA+)는 2년물 300억원, 3년물 500억원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3년물 발행은 포기했다. 모집 금액의 20%인 100억여원 수준의 자금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시장은 더 상황이 안 좋다. 지난 27일 통영에코파워(A+)의 3년 만기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됐다. 이에 따라 미매각된 회사채 510억원을 모두 증권사들이 떠안았다. 통영에코파워는 한화에너지의 지급보증을 통해 발행을 계획했으나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 참여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AA)가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미매각이 발생했고, 한화솔루션(AA-)도 1500억원 발행을 계획에 130억원 인수 주문에 그쳤다. ◆결국 한은 RP매입 시작…증권가 "단기적 효과 그칠 것" 지난 27일 한국은행은 채권안정펀드 투입 등을 실시했으나 자금경색이 지속되자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추가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매입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다. 증권가는 이번 정책에 대해 당국이 의지를 보인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론 고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경색 우려는 수시로 불거질 수 있는 이슈였고, 한시적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대응을 통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정책당국의 정책 시행은 긍정적"이라며 "단, 근본 원인인 금리인상 기조가 중단되는 것이 아닌 이상 투자심리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클로징으로 인해 자금 경색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은 회계장부를 마감하는 연말을 앞두고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한 연말에는 수요와 거래가 감소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더 빠른 북클로징이 나타난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으로 증권사의 조달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해소되겠으나 투자심리 개선은 아직"이라며 "문제는 투자심리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펀더멘털 개선이 어려운 점과 연말을 앞두고 기관투자자의 북클로징이 확대되며 투자자 수요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연말까지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유동성 부족과 북클로징으로 채권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크레딧 약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