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쟁①]정부 "허리띠 바짝 조일 때" vs 野 "성장률 둔화 우려"
639조원 내년 예산안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 본격화정부, 재정 다이어트 선언…"법정기한 내 통과시켜주길"여당도 일부 증액 요구하지만 2조원 수준에 그칠 전망야당, 민생 예산에 이태원 참사 관련 안전 예산 늘려야3高에 경기둔화 심화…증액 없이는 내년 추경 불가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예산 전쟁'이 본격화했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건전성 기조 전환과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법정시한 내 정부안대로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반면, 야당은 새 정부 핵심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경기둔화 우려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민생·재난·안전 예산 증액을 주장하며 정부안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12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2023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결위에 참석해 내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면서 법정기한인 다음 달 2일까지 통과시켜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지출(679조5000억원)보다 줄여 639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전년도 총지출보다 감액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는 확장재정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재정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과도하게 불어난 나랏빚을 관리하는 재정 다이어트를 선언한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이제는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해 다시 허리띠를 바짝 조일 때"라고 강조했다. 여당도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문제 삼으며 정부 기조에 맞춰 예산안 심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고물가와 경제 위기 상황에 대응해 민생을 보듬어야 한다며 일부 증액을 요구하고는 있지만 그 규모가 2조원가량으로 예년에 비하면 '자린고비' 정신을 발휘한 셈이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민생 예산을 중심으로 6조원 안팎의 증액을 요구하겠다는 기조를 정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전 예산 등을 추가 증액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민주당이 증액하겠다고 벼르는 주요 사업은 새 정부에서 전액 삭감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7050억원이 대표적이다. 저소득층 영구 임대주택, 어르신 일자리 사업, 기초연금 단계적 인상, 청년내일채움공제, 쌀값 안정, 취약차주 금융지원 등도 정부안보다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미 증액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지역화폐 예산 7050억원을 전액 되살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쌀값 안정·식량자급 확대 예산 981억원과 농산물 생산비 절감 예산 1393억원 등을 증액했다. 임산부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196억원, 초등돌봄교실과일간식사업 222억원, 농식품바우처실증연구사업 59억원, 천원의 아침밥 11억원 등 먹거리 보장성 확대 예산 488억원을 늘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행안부 내 경찰국과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 등 신설된 권력기관 예산도 깎기로 했다. 여기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가 지속되고, 내년 경기둔화가 심화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예결특위는 2023년도 예산안 종합검토보고서에서 "물가, 금리, 환율 등의 상승에 따른 예산안 조정 검토가 필요하다"며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가 예산안 편성 당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0%로 봤지만, 이미 여러 기관에서 정부 예상치를 훌쩍 넘는 상승률을 예견하고 있다. 예산안 증액 없이는 내년 경기둔화에 대응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에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해서 감액예산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포장된 것이 아닌가"라며 "현 경제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추경을 안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증액이 결정된다고 해서 그대로 예산안에 반영되진 않는다. 예산 삭감과 달리 증액을 위해서는 기재부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의 요구를 묵살할 수만은 없다. 국회 전체 300석 중 169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 등 세법개정안도 민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은 중립 내지 긴축이 맞지만 인플레와 싸우기 위해 여러 수단이 동원되는데 금리 인상과 에너지가격 상승 등을 타깃으로 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국회가 예산을 늘릴 권한이 없어 대규모 증액은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내줄 것은 내주고, 원하는 것은 받을 수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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