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에 이사비 드려요" 세입자 모시기 '별따기' [집주인 乙 시대①]
세입자 못 구해 난감해진 집주인들 속출돈 없어 보증금 못돌려줘, 역전세난 확산"역전세난 확산, 주택시장 큰 폭 조정 우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세입자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퇴거하기로 했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는 집주인들이 다수다. 전세 물량은 넘치는데 전세 수요는 급감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집주인이 을(乙)인 상황. 급기야 복비와 이사비 지원, 관리비까지 지원하겠다는 글을 올린 집주인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자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세입자를 모시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글쓴이는 "세입자의 계약 만료일이 코앞에 다가 왔는데 보증금을 낮춰도 물건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고, 기존 세입자는 만료일에 돈을 줄 수 있냐고 독촉을 해오고 있어 대출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2년 전보다 전세가격이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진 '역전세난'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집주인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다른 글쓴이는 "입주 아파트 잔금 치르느라 여력이 없는데 역전세가 점점 커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이제 다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락한 전세보증금 차액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이 궁여지책으로 세입자에게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이른바 '역월세' 현상도 확산할 조짐이다.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내년 초에 임차인과 재계약 하는데 1억원 정도를 돌려줘야 될 것 같다", "역전세 1억원이 났다. 1억원에 대한 이자로 매월 40만원 정도를 세입자에게 드리려한다"는 등의 글이 넘쳐난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올 6월만 해도 12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최근 호가가 7억원대 후반까지 빠졌다. 반년도 안 돼 5억원 넘게 빠진 것이다. 높아진 금리로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전세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단지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전세가격은 올해 초 14억원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호가가 9억원까지 떨어졌다. 리센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하게 전세 매물을 내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느긋한 모습"이라며 "이런 분위기라 거래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장 전세가격이 반등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이번주 68.5로 지수 70선이 무너졌다.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60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9년 3월(69.9) 이후 3년8개월만이다. 전셋값이 급락하고, 역전세난의 확산하면 집값 폭락기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가율이 계속 떨어져 역전세난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오래 지속될 경우 가격 지지선 역할을 해줘야 할 전세가격이 오히려 매매가격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매물이 쌓여가고 전세대출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최근 전세가격 하락폭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전세가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지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역전세난은 고금리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올해 말부터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역전세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