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우에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2마리 토끼 잡는다
아베파의 이해·금융완화 출구 전략 동시 확보 추진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정부가 14일 중앙은행 일본은행의 차기 총재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71)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명한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그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고 지지통신은 분석했다. 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우에다를 일본은행 총재로 발탁해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의 이해와 '이차원 금융완화' 출구 전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추구한다고 풀이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관방 부(副)장관과 시마다 다카시(嶋田隆) 총리 비서관 등 경제관청 출신 측근들과 차기 일본은행 총재 검토 작업을 본격화했다. 기시다 총리가 중시한 점은 정권 안정의 기반이 되는 아베파의 '납득감'이다. 아베파가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을 모색했다는 뜻이다. 아베파의 한 각료 경험자는 올해 1월 기시다 총리 측에 "(금융 정책) 노선을 전환하면 총리를 지지할 수 없다"며 강하게 견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베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핵심, 금융 완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도 "방향성은 바꿀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당장은 금융 완화를 바꾸지 않아도 10년 가까이 계속한 정책을 바꿀 필요는 있다. 일본은행은 현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총재 아래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해왔으나 부작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급격한 엔화 약세를 겪었다. 고물가까지 덮치면서 장래적인 노선 수정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당초 일본 정권 내에서는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현 일본은행 부총재가 차기 총재감으로 거론됐다. 그는 일본은행 출신으로 구로다 총재 노선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와 가까운 각료가 지난해 가을 그에게 의향을 확인한 결과 고사했다. "학자가 바람직하다"는 진언을 했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가 우에다 전 심의위원을 차기 총재로 염두에 둔 것은 지난 1월로 보인다. 한 자민당 간부의 주변에서는 "우에다 전 심의위원을 (기시다) 총리에게 제안한 것은 구로다 총재가 아니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우에다 전 심의위원은 심의위원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8년 8월 금융정책 경정회의에서 제로금리 해제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찬성 다수로 제로 금리는 해제됐으나, 경기가 악화되면서 일본은행의 결정은 비판을 받았다. 한 재무성의 간부는 우에다 전 심의위원이 "정책 변경에 있어서, 상황에 대응한 논리를 구축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했다. 일본 정부가 우에다 전 심의위원을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발탁할 방침을 굳힌 지난 10일, 우에다는 "금융완화를 당분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표명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차기 총재로 발탁하겠다는 인사안을 전달하고 "(우에다 전 심의위원이) 구로다 총재의 노선을 계승한다"는 언급을 했다. 금융완화라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수정에는 신중한 자세인 입장을 내비쳤다. 아베파 중견 의원들도 "아베노믹스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에다 전 심의위원 총재 기용에) 찬성"이라고 수용할 태세다. 아베파 소속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은 14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노믹스를 마무리하고 디플레이션 탈피를 향해 임해주길 기대한다"며 당분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시사했다. 졸속 정책 변경에 대해 견제했다. 하지만 다른 자민당 파벌의 유력 의원은 "구로다 노선은 조만간 수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에다 전 심의위원은 실제로 금융완화에 대한 문제 의식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7월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기고한 글에서 "많은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된 이례적인 금융완화 틀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딘가에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