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1년]②서방 제재에도 끄떡없는 러…제재 효과 있나
대러 수출통제·금융제재 등 작년부터 지속전쟁 장기화 조짐…효과 있는지는 미지수오히려 제재 대응 조치…中 등 지원 받기도
전쟁 발발 이후 서방국들이 대러 수출 제재 등을 지속하면서 러시아가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서방 매체 보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을 종식시킬만한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다. 일각에선 중국과 튀르키예, 이란 등이 러시아를 지원해 전쟁 장기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 상황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각종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개전과 동시에 미국 상무부는 대러 수출통제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국방, 항공우주 시스템 등을 겨냥해 반도체, 컴퓨터·통신, 우주항공, 센서·레이저, 해양 등 7개 분야 57개 하위항목을 수출통제리스트(CLL)로 지정하고 이에 대해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적용했다. FDPR은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일지라도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 등이 사용됐다면 러시아에 수출할 때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규정된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대우(MFO) 지위도 박탈됐다. 따라서 러시아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가 부과됐고, 무역 특권은 폐지됐다. 특정 러시아 국영 회사와의 거래, 신용평가 서비스 제공이 금지되고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길도 막혔다. 이어 금융제재를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7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했다. 러시아 은행들의 국제금융 지급과 결제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대외 무역에 필요한 금융 거래를 제한하고 루블화 가치를 흔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인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에 대한 제재도 가해졌다. 푸틴의 소유물은 제재 리스트에 올랐고 올리가르히의 자산은 동결됐다.
우리 정부도 주요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 금지를 비롯해 국고채 투자 중단 권고, 스위프트 배제 등 3가지 대러 금융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제재 계속되지만…효과는 미지수 서방국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준의 수많은 대러 제재를 이어오고 있지만, 러시아는 전쟁을 계속 끌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경제제재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고, S&P 등 대형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의 조치로 러시아가 지난해 6월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도 무디스 등을 통해 들려왔다. 1918년 이후 처음으로 외국통화로 발행한 국채 이자 1억 달러(약 1300억원) 상환을 불이행해 디폴트에 빠졌다는 것이다. 최근 소식을 살펴보면, 로이터는 수출량 자료 추정치 등을 통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지난달 해외 판매 매출이 34억 달러(약 4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억 달러에 비해 약 46% 줄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러시아의 무역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장 상황과 관련해선, 러시아의 주력 전차 재고 절반이 전투 과정에서 소실되거나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겼다는 미 국방부 장성의 발언이 최근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실제로 제재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사실상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반대 진영인 서방 언론이나 미군을 통해 나오는 정보가 대부분인데다, 그마저도 추측성 정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가스프롬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재무·실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지난해 러시아에 대한 디폴트 소식도 지불능력이 있지만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디폴트 상황과는 거리가 있었고, 러시아도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았다.
최근 러시아는 다음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씩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서방국들의 가격 상한제에 대한 대응 조치다. 서방국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러 경제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러시아의 이익이 커지자 상한제를 설정한 것이다. 러시아가 중국 등 일부 동맹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선진국방연구센터의 보고서 등을 인용해 중국 국영 방산기업들이 제3국을 통해 민·군 겸용 물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투기 부품 등을 러시아에 공급해 왔다고 이달 초 보도했다. 군사 물품 대러 수출 금지 조치에도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같이 물품을 수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국영항공기 등을 이용해 러시아에 신형 장거리 공격 드론 10여대를 수출했다는 소식도 뒤늦게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올해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여전히 유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