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3자 변제'에 피해자-유족 강력 반발…험로 예고
日 대신 국내기업 돈으로 배상…직접 사과도 빠져배상금 거부하고 정부에 무효 소송 제기할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정부가 한국 주도의 '제3자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안을 6일 공식 발표했으나 피해자와 유족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여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 산하 재단이 돈을 걷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는 물론 이 사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 사과도 빠져 있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또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와 유족들이 무효 소송으로 맞붙을 수 있어 징용 문제 배상을 완전히 매듭짓기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박진 외교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배상한다는 것으로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한국 쪽 수혜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재원을 일단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판결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쟁점이 됐던 '직접 사과'도 일본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이번 정부안에 대해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으로서,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노력이다. 즉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만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 게이단렌이 청년들을 위한 '기금' 조성에 나서고 여기에 피고 기업들이 일정 부분 출연하는 '우회 참여' 방식을 추진 중이다. 남은 관건은 피해자들의 수용 여부다. 피해자 측은 제3자가 재원을 만든다 해도 피고 기업이 일부나마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강제징용 소송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정부안을 수용할 수 있는 분도 존재하고 그렇지 않은 분도 존재한다"며 "제가 대리하는 사건 가운데 일본 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분들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최근 면담한 유족들도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강조하면서도 정부안 동의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피해자와 유족 일부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피고 기업과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해 '채권자 동의 없는 채권소멸'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피해자 쪽에서는 무효 소송에 나서는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설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직접 소통한 결과 상당수 유가족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속한 해결을 희망했다"며 "피해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정부 해법안과 이후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판결금 수령 관련 이해·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