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카카오 發 K팝 전환점①]'1인 프로듀서 시대'의 종언
이수만 퇴진 이후 멀티 레이블 체제가 K팝 보편 모델
SM에 이 시스템이 도래하는 건, 케이(K)팝 업계의 '1인 프로듀서 체제의 종언(終焉)'과도 같다. 이미 SM 창업주이자 1인 프로듀서 체제를 오랜기간 유지해온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는 퇴진했다. 음악계에서는 1996년 'H.O.T.'의 데뷔를 K팝의 출발점으로 본다. 이 전 총괄의 자신의 이름을 딴 SM을 세우고 야심차게 선보인 팀이다. 이후 보아(BoA),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등 이 프로듀서가 제작을 주도한 팀들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이 전 총괄은 K팝 장르의 개척자가 됐다. 2010년 이 전 총괄이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며 경영 퇴진을 선언했으나 개인사업자 '라이크 기획'을 통한 SM의 계약을 통해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aespa) 등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여전히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이 전 총괄은 창업자의 이름을 딴 대중음악 기획사가 연습생을 훈련시켜 아이돌그룹을 선보이는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의 별명 '양군'에서 따온 YG엔터테인먼트, 태흥기획으로 출발해 박진영 창의성총괄책임자(CCO)의 이름을 딴 JYP엔터테인먼트가 예다. SM을 포함해 이들은 오랜 기간 3대 기획사로 불렸다. "강력한 영도력을 지닌 제왕적 기획자들이 주도"(유니림 대중음악 칼럼니스트)해온 이들 회사는 프로젝트를 일사천리로 진행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가 부상하면서 3강 체제에 균열이 생긴다. 4강이 된 것이다. 그런데 빅히트 역시 창업자인 방시혁 의장의 작곡가 활동명인 "히트맨" 뱅("hitman" bang)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2020년 빅히트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이듬해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K팝 업계는 1최강·3강 체제가 된다. 여기에 방시혁 의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뒤 이사회 의장 역할과 프로듀싱에 집중하고, 대신 박지원 HQ(헤드쿼터) 최고경영자(CEO)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조직의 변화·안정을 동시에 꾀했다. 역시 현재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갖춘 JYP 역시 박진영이 회사 경영과 전략은 일찌감치 정욱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창의적인 일에 몰두했다. 하지만 SM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라이크기획을 통한 제왕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과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던 리더십이 사라진 때에 그걸 강조하고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다. 회사가 커지면 구조적인 변화도 따라야 했는데 기존 방식을 답습하니,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같은 외부 세력의 견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곪아 터졌던 것이 결국 터지면서 이 전 총괄은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됐다.
"하이브, JYP 등은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하고 회사 내부 구조를 개선하는 사이 SM은 주식회사임에도 너무나 이수만 프로듀서의 회사였고 그 점이 경영권 분쟁 시 이수만의 독단 결정으로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며 혼란을 불렀다.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아티스트와 구성원, 팬덤이 느꼈을 혼란을 수습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니림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도 "이번 사태는 저 K팝의 '구약시대'가 저묾을 드라마틱하게 방증한 사건이었다"고 짚었다. "태초에 OOO이 있었다'고 하는 창세기가 가고 K팝은 천변만화하며 급기야 글로벌 시장까지 잠식하는 영화를 누리게 됐다"면서 "팬덤의 스펙트럼도, 시장의 크기도 넓어진 상황에서 일인 영도 체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수만 씨 등 '영도자들'의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와 독특한 통찰력이야말로 K팝의 독특함을 만들어온 것 역시 사실"이라고 특기했다. 제왕적 카리스마 리더가 오랜기간 음악 회사를 지배할 경우 문제가 생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공개된 영국 BBC 탐사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Predator: The Secret Scandal of J-Pop)이 고발한 것처럼 J팝을 개척한 일본 굴지의 연예기획사 자니스 사무소의 창립자인 자니 기타가와(ジャニー喜多川·1931~2019)도 오랜 기간 회사를 장악해온 폐단이 그의 사후에 드러나고 있다.
이제 'SM 레거시' 같은 K팝의 독특한 유산을 투명한 구조에서 어떻게 더 특별하게 만들어갈 지가 관건이다. 레이블 체제에선 '집단 지성'에 의존할 필요성이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지금까지 작곡가·프로듀서·매니저 등 1인이 설립한 K팝 기업은 그 개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개인의 프로듀서(창작)의 능력과 경영 능력이 구분돼야 하고 그 점을 하이브와 JYP 등이 앞서 깨닫고 개선을 해왔다"면서 "이제는 이런 멀티 레이블 체제가 K팝의 보편 모델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