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카카오 發 K팝 전환점②]인수합병 따른 '지각변동' 계속될 듯
SM 大戰, K팝 업계 본격적 'M&A 러시' 신호탄북미 시장에 진입한 만큼 글로벌 인수합병서도 자유롭지 않아
12일 K팝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과 함께 인플레이션도 우려되면서 데뷔 때부터 국내 수요가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K팝계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나 하이브처럼 기업 운영에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을 가진 덩치 큰 엔터테인먼트사만 버티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지난 3일 공개된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SM 인수에 나섰던 이유로 "K팝의 인기가 한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꼽았다. "최근 K팝 성장률을 보면 둔화하는 게 명확하게 보인다. 이것이 방탄소년단(BTS) 군입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면 다행인데, 사실 일시적인 것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이대로 놔뒀을 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이 미국 빌보드와 영국 UK차트 등 글로벌 주요 차트에서 맹활약하면서 K팝의 위상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높지 않다는 것이 방 의장의 판단이다.
음반·음원·퍼블리싱 분야를 합산해 매출 규모를 추산(PwC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전망 보고서' 및 각사 공시 자료 기준)하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국내 4대 기획사로 불리는 SM·YG·JYP·하이브의 합산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유니림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는 "케이팝은 그간 1990년대에 저패니메이션이 그랬듯 '강력한 서브컬처'로 세를 확대했다"고 짚었다. "전 세계적 팬덤의 수, 더욱이 그 충성도를 총합하면 저패니메이션은 막강한 서브컬처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란 단어에는 친숙해도 정작 실제로 감상하거나 좋아하는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몇 개에 그쳤다. 2020년대 초반의 케이팝도 아직은 그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봤다. 반면 세계 3대 음반사로 통하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워너 뮤직 그룹(WMG) 등 미국 기반의 음반사들은 매출 규모가 전체 시장에서 각각 15~27%를 차지한다. 각각 5~6개의 레이블 또 그 밑에 수많은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이들 3사의 합산 시장 비중은 무려 67.4%에 달한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소니, 마쓰시타, EMI, 베르텔스만, 네덜란드 폴리그램(PolyGram), 미국 타임 워너 등 6개 메이저 음반사가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했다. 1990년대 중후반엔 워너, 소니, EMI, 폴리그램, 독일 비엠지(BMG) 등 5대 메이저 음반사, 2000년대엔 유니버설뮤직, 소니 BMG, EMI, 워너뮤직이 세계 4대 음반사로 재편된다. 그러다 또 인수 합병을 거쳐 현재 유니버설, 소니 뮤직, 워너로 재편된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음악 시장에서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 홀딩스와 미국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한 하이브를 비롯 K팝도 전 세계적인 인수합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이브도 국내에서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 지코 소속사 코즈(KOZ)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하이브 이전에 역시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키운 SM도 카카오와 손잡고 발표한 'SM 3.0' 전략에 해외 레이블 인수를 포함시켰다. 이미 이번 SM 사태 직전인 최근 국내에서도 몇 차례 주목할 만한 인수 합병이 있었다. 그룹 '마마무' 소속사 알비더블유(RBW)가 그룹 '오마이걸'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와 그룹 '카라' 소속사 DSP미디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올해 국내에서 몇몇 회사들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라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 김 평론가는 이번 SM 사태에서 아티스트와 팬덤이 배제됐었다는 지적을 환기하며 "특히 아티스트에서 팬덤까지 케이팝 IP 안에는 타 분야와는 다른 특별한 고려지점이 많다는 것도 더 알려져야할 것 같다"고 특기했다. 인수합병이 아니더라도 세계 음악 시장에 맞서기 위한 K팝 기획사 간 협업 등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SM과 JYP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 온라인 공연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 팬덤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는 디어유 등으로 협업했다.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는 대신 카카오와 플랫폼 협업 논의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동남아와 중국 쪽에서 열세인 하이브가 해당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노하우를 쌓아온 SM의 통로를 활용하는 등 윈윈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케이팝은 지리적 거리가 무색해진 초연결사회에서 미국 시장의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발전했다"면서 "다양한 결을 가진 다양한 기획의 아티스트를 양산한다면, 이미 슈퍼 브랜드 중 하나가 된 케이팝은 무시할 수 없는 주류의 일부, 글로벌 시장의 스테디셀러로도 어쩌면 올라설 수 있으리라 본다. 그 여정에서 이번 '제왕들의 몰락 또는 충돌'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멀티 레이블' 등 시스템의 정지 작업들이 되레 케이팝의 뾰족한 '꼭짓점'이거나 '뿔'이었던 별난 개성들을 무너뜨릴까봐, 이 독특하고 괴상한 장르의 팬으로서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