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토리]삼성·SK, 中사업 어쩌나…美 '가드레일' 조항 뭐길래
美 반도체 보조금 주고 中 투자 제한 요구'웨이퍼 투입' 제한되나 中시설 운영 가능중장기 전망 '불확실'…첨단 장비 도입 관건
26일 업계에 따르면 가드레일 조항은 일종의 인센티브에 대한 '반대급부'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난해 '반도체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생산에 390억달러, 연구개발(R&D)·인력 양성에 132억달러, 글로벌 공급망 강화에 5억달러 등 향후 5년간 총 527억달러(69조8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노동비와 물류비 등 생산비용이 훨씬 더 비싸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이를 보조해주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에서 예고한 보조금 규모는 사업을 위한 총 설비 투자액의 5~15%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22조5000억원)을 들여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데,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최대 25억5000만달러(3조4000억원)을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미 정부는 대신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아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서 조항'을 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등 우려대상국에서 첨단 반도체 시설을 신규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것을 향후 10년간 제한하는 게 가장 핵심이다. 최근 발표한 가드레일 세부안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의 경우 5%까지만 확장을 허용한다.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레거시(구형) 반도체 생산시설의 경우 생산능력을 10%까지 늘릴 수 있다. 또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 수령 시 예상 수익을 초과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원금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사용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중국 등 안보 우려 국가와 공동 연구 및 기술 라이선스도 차단될 전망이다. ◆‘원천봉쇄’ 피했지만…중장기 전망은 ‘안개 속’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까다로운 보조금 수령 조건에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최악은 피했다'고 평가한다. 우려대상국 내 생산설비의 기술·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 기존 설비 운영에 필요한 장비교체 같은 투자에 대해 일절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생산능력을 5% 이상 늘릴 수 없지만, 그 기준이 그나마 '웨이퍼 투입량'으로 제한된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웨이퍼는 반도체 핵심 원재료로, 여기에 회로를 그려 넣고 낱개로 잘라 사용한다. 그런데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 한 장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양의 칩을 생산할 수 있다. 회로를 세밀하게 그리면, 칩의 크기가 그만큼 작아지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설비는 인력이나 장비의 배치 등을 최적화 하는 방식으로도 생산량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 사실상 첨단화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 상무부의 결정에 우리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 사업 전망에 대해 여전히 안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 미국의 첨단 장비 도입 규제가 계속될 조짐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 상태다. 이에 중국 내에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로직칩 등 특정기술 수준의 반도체 생산장비는 반입을 금지한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1년간 통제 조치를 유예해주기로 한 상태다. 오는 10월이 되면 한시적인 유예 기간이 끝난다. 연장 여부는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반도체 산업은 차세대 공정 전환을 통해 고성능·고용량·고효율 제품을 만드는 것이 경쟁의 핵심인데, 첨단 장비 도입이 늦어지면 그만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현지 생산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반도체 업계가 가장 고민하는 포인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