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35일의 기적' 포항제철소, "스마트 용광로 거듭난다"
2고로·제2제강소·압연 공장 등 복구 완료침수 극복 후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속도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6일 새벽 제철소가 침수된 이후 매일 아침과 저녁에 회의를 했다. 최고경영자(CEO)도 매 주말 현장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회의도 주관했다. 민·관·군 총력 복구 지원 체제 덕분에 중대재해 없이 엄청난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다." 천시열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지난 23일 포항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포항제철소 소개와 수혜 복구 경과 브리핑'에서 침수 복구 과정을 떠올리며 이렇게 밝혔다. 포항역에서 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 방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냉천이 둘러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냉천은 상류는 넓고, 바다 쪽 하류로 갈수록 좁아졌다. 바로 이 하류 쪽 냉천교는 태풍 당시 강줄기를 막는 역할을 하며 제철소 강물 범람의 주범이 됐다.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9월6일 태풍 힌남노와 냉천 범람으로 시설 대부분이 잠기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다. 그러나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포스코그룹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140만명은 힘을 합쳐 135일 만에 공장을 재가동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다시 뛰는 포항제철소의 '심장' 국내 최초의 스마트 용광로인 제2고로는 힌남노 범람 피해로 가동을 멈춰야 했다. 그리고 135일이 흐른 지난 23일 2고로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30개에 달하는 풍로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미분탄을 투입하는 기존 연결선 외에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연결선 설치도 한창이었다. 공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1500도에 달하는 쇳물로 열기는 더 뜨거웠다.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은 바로 토페도카에 담겨 제강 공장으로 향했다. 토페도카는 쇳물을 담아 운반하는 용기를 실은 트럭이다. 고로는 제철소의 모든 작업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해야만 반제품인 슬래브를 만들고, 이 슬래브로 열연강판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고로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 6일 만에 고로에 불이 들어오게 한 이유다. 이어 제2고로 통제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포항제철소가 단순히 침수 피해 복구를 넘어서 스마트 용광로로 거듭나는 장면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22개 모니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작동했다. 모니터 앞에는 스마트 고로를 제어하는 기술자들이 일일이 앉아 만에 하나 있을 문제들을 사전에 찾기 위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명석 제2고로 공장장은 "고화질 영상 시스템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켰다"며 "그 결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지 않고 작업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람이 하루에 10번 직접 측정해야 했던 쇳물 온도를 지금은 자동으로 측정한다. 이 공장장은 이 같은 스마트 용광로를 더 늘린다는 입장이다. 그는 "제3, 4고로에 스마트 용광로를 30~40% 수준까지 도입한 상태며 인도네시아 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도 이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침수 피해 극복에 그치지 않고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천시열 부소장은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스마트 기술 과제를 수행했다"며 "일례로 이전까지는 작업자의 조이스틱 운용 역량에 따라 생산성이나 품질 편차가 있었지만 기계가 자동으로 이를 대신하도록 한 뒤부터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편차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제2제강소로 이동해 좁고 쇠 냄새가 가득한 통로를 지나자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전로가 보였다. 굉음과 함께 오른쪽 끝에서 나타난 스크랩이 시뻘건 쇳물이 담긴 전로에 니켈, 크롬, 망간과 같은 부재료를 쏟아붓자 연기가 나며 불길이 튀었다. 이 작업이 끝난 후에는 쇳물을 담았던 통에 물이 분사됐다. 쇳물이 공기 중에서 굳으며 생기는 부산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의 연간 철강 생산량인 1480만톤 중 33%를 담당한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하는 열연강판은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최종 제품을 만드는 압연 공장 입구에는 냉천 범람 피해 수위인 1.5m가 표시돼 있었다. 포항제철소 허리 역할을 하는 압연 공장은 피해가 유독 컸다. 지하에 유실 등 많은 설비가 있기 때문이다. 서민교 공장장은 "47개 탱크에 기름을 보관하는데 각종 배관, 전기실 등이 모두 침수됐었다"며 "복구를 완료한 기념으로 지하를 최초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자 더운 기운이 확 느껴졌다. 서 공장장은 "지하가 420m에 달하는데 여기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며 "물을 제거하는 데만 4주가 걸렸다"고 말했다. 지하 이동 통로 옆에는 진흙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기계나 벽면은 페인트칠도 새로 해 침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압연 공장은 쇳물을 슬래브 형태로 뽑아서 높은 압력을 가해 최종 제품을 생산한다. 포스코는 압연 공장 전체가 침수 피해를 보며 완제품을 생산할 수 없어 막대한 피해를 봤다. 압연 공장이 재가동되는 날 포항제철소 야간 작업자들도 일찍 출근해 그 장면을 지켜본 배경에는 이런 압연 공정의 중요성이 있다. 천시열 부소장은 침수 방지 대책도 확실히 마련했다고 밝혔다. 천 부소장은 "냉천 등 유입수 차단을 위해 제철소 외곽에 1.9㎞에 달하는 차수벽을 만들고 있다"며 "변전소, 전기실 같은 주요 시설에는 차수판과 차수벽을 모두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두번 다시 침수 피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천 부소장은 "올해 장마가 오기 전에 주요 설비 주위에 차수벽 설치를 끝내고 우천에 의한 피해를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