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 속 '마이크론 사태' 촉발…우리 선택은?[글로벌 공급망 재편①]
미·EU, 자국우선주의에…中, 마이크론 제재KDI "韓, 공급망 재편에 참여 효과 상당"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중 패권전까지 계속되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공급망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미국 마이크론사를 제재까지 불거지자, 역대급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우리 정부에 어떤 전략이 필요할 지 주목된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중 고위급 대화가 재개되면서 회복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했지만, 최근 미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사를 두고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가하면서 양국 사이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앞서 글로벌 주요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내놓은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우리 정부는 공급망 위기 우려에 미·EU 등과 대화하며 국내 기업 지원책을 내놓는 노력 등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반격으로 공급망 경색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를 피하고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할 것을 제언했다. ◆무역적자 심한데 마이크론 사태'까지…공급망 리스크 고조 러-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위기가 불거지자, 특히 주요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자국우선주의 기조로 돌아섰다. 미국과 EU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 등 해외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한 법안을 내놨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IPS and Science Act)을, EU는 유럽판IRA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미국 기업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하면서 '미-중' 패권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21일 중국 사이버정보국(CAC)이 마이크론 제품에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자국 기업들의 해당 제품 구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미 상무부는 "근거가 없는 제한"이라며 즉시 반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조치는 (중국의) 경제적인 강압에 맞서 주요 7개국(G7)이 취한 강력한 입장에 대한 약화 시도"라고 힐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한쪽에서 소통을 요구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억압하고 억제한다"고 날을 세웠다. ◆마이크론 사태, 위기? 기회?…대중 전략 어떻게 그동안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우리 정부도 꾸준히 대응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는 이들과 협상을 늘리고 공급망 3법과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던 중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까지 터지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우리 최대 수출시장이자 현재 무역적자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 이후, 이달에는 15개월 연속 무역적자 기록을 세웠다. 중국 무역실적 악화도 계속된다. 지난달 기준 중국 수출 비중은 전년 동월 대비 26.5% 감소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말 중국이 전격적으로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철회하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기대가 커졌지만 그만큼 우려도 크다"며 "부양 의지를 거듭 밝힌 중국 정부의 모습과 달리 미-중 갈등, 정확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이 계속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우려 NO…"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는 것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미중 패권전쟁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나아가 재편에 참여하는 전략도 유효할 것이라는 제언도 있다. 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갈등은 양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만을 떠올리게 하지만, 지난 3월 하순 중국발전포럼에서는 다른 모습도 나타났다"며 "중국 정부가 제도적 개방확대와 기회 제공, 미국 기업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쿡이 중국과 애플의 공생관계를 언급하는 식"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 기업들과 경제가 중국과 쉽게 단절될 수 없는 구조라는 방증이다. 한번 형성된 경제 구조는 정치 구호처럼 쉽게 변하기 어렵다. 미-중 갈등은 경제 구조에 반영되겠지만,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으로 보는 이유"라며 "미국에 대응하는 중국 반발이 우려될 수 있지만 그 요인이 올해나 내년 경제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KDI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글로벌 경제리뷰'에 실린 '주요국 전략산업 공급망 재편 정책과 우리 경제의 대외 취약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및 배터리 생산액 중 대(對)미국, 대(對)EU 수출 비중은 각각 1%에 불과해 주요 정책으로 인한 중국 반도체 및 배터리 생산 감소 영향은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직접 중국과 교역을 중단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서 이들 중간재 조달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임희연 KDI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중국발 무역 충격의 취약성 감축 효과를 살펴본 결과 주요국의 공급망 변화만으로 우리의 중국에 대한 취약성이 개선되는 효과는 미미했지만, 한국이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효과는 상당했다"며 "주요국의 공급망 정책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대내적으로 전략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책 수단을 도입하고 대외적으로 양자 및 다자간 국제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