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언 다시 하면 담길 내용은?[삼성 프랑크푸르트 선언 30주년②]
①이재용票 신수종 사업은…비메모리·AI·로봇 등 거론②대형 M&A 재개되나…콘트롤타워 구축 가능성 '촉각'③'별 셋→타원→?'…이재용표 삼성 '아이덴티티'도 주목
하지만 이런 삼성전자가 최근 사상 초유의 적자 위기에 몰린 것을 두고, 역설적으로 이병철·이건희 회장이 '성공 신화'로 일군 메모리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경기 사이클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치명적인 약점은 언제든지 삼성전자를 다시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실적에 이처럼 그늘이 질수록, 이재용 식 '신경영 선언'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 취임 이후 작금의 삼성전자 위기 극복을 위해선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제2의 신경영 선언'이 절실하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삼성 위기 돌파 DNA는 '신수종'…이재용표 성장 엔진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는 당초 의류와 신발, 밀가루, 설탕 등이 주력 사업이었지만 이병철 창립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이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새롭게 일으켰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성장한 삼성은 늘 1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 성장 동력을 고민해왔다. 이른바 '신수종' 사업 전략이 그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1997년 3월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첨단기술전략회의를 열고 발표한 1차 신수종 사업은 TFT LCD, CDMA 기지국, CPU 및 ASIC, 리튬이온전지 등이다. 이들 사업은 이후 삼성전자 핵심사업으로 성장했다. 이 선대회장은 이어 2004년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차세대 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2차 전지,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꼽았고, 2009년 창립 40주년에는 태양전지, 바이오, 로봇산업을 미래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선대회장의 의지를 이어받은 이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안팎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4773억 달러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2205억 달러)보다 2배 더 큰 규모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선포를 통해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성능 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은 삼성전자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또 파운드리(위탁생산)도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고객사를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대만 TSMC와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며, 미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이 실현된다면, 삼성전자급 회사 하나를 더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 사업도 이 회장이 주목하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시밀러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통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키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 지시에 따라 단순히 기술 주도권 확보를 넘어 사람 중심의 새 경험과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휴먼 센터드(Human-centered) AI'라는 개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협동 로봇(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일할 수 있는 소형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라서는 등 로봇 사업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등도 미래 먹거리로 여겨진다. ◆M&A 여부 초미의 관심…콘트롤타워 부활 '관심 집중'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들여 미국 전장회사 하만을 인수한 이래 6년 넘게 대형 M&A 투자를 멈췄다. M&A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둘째치고, 삼성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면 대형 M&A(인수합병)나 대규모 시설투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검토할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콘트롤타워'의 부활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전자(사업지원TF), 삼성생명(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EPC경쟁력강화TF) 등 3개 회사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규모가 방대한 만큼, 계열사간 사업 협력과 중복 사업 조정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의 지난해 매출액은 금융·보험회사를 포함해 418조768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재계 2위 현대차그룹 매출액 248조8970억원과도 격차가 상당하다. 신사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를 지속하려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 회장이 등기 임원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 실적 부진 와중에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이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들린다. 이 회장은 매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 1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서 등기이사 복귀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2의 신경영 선언 직후 기업 이미지 쇄신 작업에도 주목 이재용 회장의 새로운 경영 '아이덴티티'를 담은 기업 이미지 쇄신 작업도 관심사다. 만약 그룹 콘트롤타워가 다시 세워지면 그룹 전체의 브랜드 통일성을 높이는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대회장은 1938년 삼성상회를 세웠을 때부터 '별 셋' 로고를 사용해왔는데,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한 직후 새로운 삼성 로고를 발표하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새로운 로고는 당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창업 회장의 의지를 담았다. 특히 우주와 세계 무대를 상징하는 타원은 지난 20년 이상 삼성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은 최근 제품이나 마케팅에서는 타원형 마크를 제거한 레터마크만 사용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부터 명함에서 'SAMSUNG' 글자 주위를 감싸던 타원을 빼기도 했다. 삼성 측은 DX 부문을 새로 출범시킨 상황에서 디자인을 일부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금까지 매번 큰 전환기마다 새 로고 교체로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20년을 이끌 삼성의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