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없다" 일관하지만…"잉여금·기금만으론 역부족"[커지는 세수결손②]
4월까지 전년대비 34조↓…세수 결손 확실시"감액추경해 지출 줄이거나 국채발행 불가피"세수 추계 시스템 문제?…"경기 불확실성 원인"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고 23년 만에 최저 속도로 세금이 걷히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관되게 추경 편성에 선을 긋고 있다. 이미 편성한 사업의 지출을 줄이는 감액추경 역시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세계잉여금과 여유기금만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감액추경이나 빚을 낸 국채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역대 최대(33조9000억원)로 감소한 134조원을 기록했다. 세수진도율은 33.5%로 정부가 올해 걷어야 할 국세수입액(400조5000억원)의 3분의 1을 거둔 건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경기가 둔화하고 자산시장이 침체하면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증권거래세 등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가 전년보다 7조2000억원 감소했고, 법인세는 30.8%인 15조8000억원이 줄었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정 기간 내 세수 상황은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세계잉여금의 남은 부분, 기금 여유 재원 등을 활용해 가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금보다 다소 세수 상황이 덜 좋아지더라도 여러 방안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만으로 세수 결손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월부터 12월까지 지난해와 같이 세금이 걷힌다고 가정할 때, 세수는 올해 세입예산보다 38조5000억원이 펑크가 난다. 이는 역대급 세수 결손이 있었던 2014년(10조9000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초과세입과 세출불용액을 합한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6조248억원이다. 여기서 지방교부세와 공공자금관리기금, 국가채무상환을 모두 제외한 가용 금액은 2조7511억원이다. 예상되는 결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남는 것은 여유기금인데, 기금에 따라 여유재원이 남으면 일반회계로 전입해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사업성 기금의 여유자금은 26조9000억원이다. 하지만 2016년 이래 기금 여유자금을 1년에 5조원 이상 추경에 투입한 경우는 없다. 세수부족분을 기금 여유자금으로 충당하는 일은 전례 없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수십조원의 세수 추계 오차가 예상되자 기재부는 오는 8~9월 세입을 재추계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거나 재정을 늘리는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즉 지금 있는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만으로 세수결손을 메우기 어렵고, 최후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쓸 수 있는 세입예산 규모를 축소하는 추경인 감액 추경 혹은 불가피한 빚을 내 재정을 확충하는 국채발행을 언급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결손이 확실히 되고 추계액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예비금만으로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하향 중이라 (하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러면 세수 결손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예비비만으로 해결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정 적자를 내는 건 지금 상황에서 맞지 않다. 적자국채를 발행할 순 없으니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안 하면 가장 좋겠지만 필요하면 감액추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추계에 큰 차이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경기의 불확실성을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성 교수는 "꼭 세수추계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경기침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하락 문제 등이 겹쳐 나타난 부분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재정은 남아서도 안 되기 때문에 추계가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경제 환경 자체가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서 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