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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황준국 유엔대사 "중·러, 韓 적대국 아냐…협조·협상 당사자"

등록 2023-06-17 06:00:00   최종수정 2023-06-19 10: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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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in 뉴욕

"안보리, 365일 외교 공간 제공…중러, 예민한 의제에 韓 협조 필요"

"北 도발에 안보리 무대응 습관화…국제 여론전서 밀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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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가 15일(현지시간) 대표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06.15.
[뉴욕=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11년 만에 이뤄진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안보리에서 부각돼 온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의 신냉전 구도가 공고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여하더라도 유의미한 대북 조치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그러나 북한 외에도 안보리에 산적한 여러 의제를 활용해 중국 및 러시아와 적극적인 외교에 관여하고, 이를 통해 일종의 지렛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중러는 韓 적대국 아냐…北 외 의제 통해 지렛대 찾아야"

황 대사는 15일(현지시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국이라고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며 "안보리 이사국이 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같은 방에서 한반도 문제는 물론 모든 의제를 협상하는 당사자"라고 했다.

이어 "그런 외교적인 공간을 365일 내내 제공한다는 면에서 안보리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서로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는, 전쟁 상황인 나라들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황 대사는 특히 "안보리 이사국이 되면 15개 국가 중 하나로서 15분의 1의 결정권을 가진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안보리에는 총 60여 개의 현안이 있는데, 이들 중 북한 문제 외에 중국과 러시아에 예민한 의제에 한국이 결정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등 한반도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의제도 사실상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지역 정세가 얽힌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황 대사는 "그런 의제에 관해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 이사국에 협조와 동의를 구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직후에는 중국과 러시아 측 인사들도 우리 측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황 대사는 "우리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건설적인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중국, 러시아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도 찾을 수 있다"라며 "그것이 간접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北 도발에 안보리 무대응 습관화…여론전서 밀리면 안 돼"

황 대사는 다만 북한의 도발 대응을 둘러싼 미국 및 서방과 중·러의 대치 속에서 여론전에 힘을 쏟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 당연히 안보리 공식 회의가 소집되고 강력한 제재 결의가 채택됐다"라며 "지금은 과거 3~4년마다 한 번씩 쏘던 걸 1년 사이 10번을 넘게 쐈다. 굉장히 놀라운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이 놀라운 사건에 대해 안보리가 그때마다 공식 회의를 소집하는데, 아무 결과가 안 나오는 것을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무대응이 거의 습관화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니 상당히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비핵화 또는 북한의 핵 고도화를 막는 데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다른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게 황 대사의 시각이다. 미국과 중국,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이 첨예해지며 벌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황 대사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긴장 고조 때문이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양비론을 거론, "한국 같은 당사국이 사실관계에 기초해 반박을 하고 앞뒤 설명을 함으로써 국제 여론전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북핵, 중·러도 계산 간단하지 않아…中, 핵은 달리 생각할 듯"

북한의 ICBM이나 군사 정찰위성 등 미사일 유의 도발과 별개로, 꾸준히 전망된 7차 핵실험의 경우 실제 이뤄지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달리 반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황 대사는 이와 관련,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이런저런 계기에 들어보면 탄도미사일과 핵실험을 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게 느껴진다"라고 설명했다.

황 대사는 "핵실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라며 "NPT 수호는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견지한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NPT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도 계산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핵이 고도화하면 그 자체로 NPT 체제에 대한 위협이자, 미국과 일본, 한국의 안보 협력이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중국 입장에서 간단한 방정식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북한 핵 문제는 미국에도, 우리에도, 어떻게 보면 중국에도 딜레마 상황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365일 24시간 체제 안보리…"北 외 의제에도 적극 참여해야"

북핵 문제와 함께 향후 안보리에서 다뤄야 할 또 다른 북한 관련 의제로는 인권 문제가 꼽힌다.

우리 대표부는 지난해부터 안보리 공식 회의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으며, 그 결과 지난 3월 공식 회의는 아니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특별 회의인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아리아 포뮬러(Arria Formala)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황 대사는 "여기 있는 모든 다른 나라가 '한국 정부가 새로 들어오며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입장이 달라졌다'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라고 했다. 또 통상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는 내전·테러로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거론, "북한의 인권 문제는 (조직적·상시적인 만큼)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와 다르다는 점을 국제사회에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인권 문제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민감한 정치 이슈라는 점을 거론,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어떻게 정식으로 다뤄 나가는가는 상당히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통상 어떤 국가가 안보리 이사국이 되면 자연스레 외교 인력 증원도 이뤄진다. 그만큼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다룰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 대표부 역시 선거가 끝났음에도 이전보다 더 바쁘게 일하며 안보리 활동을 준비 중이다.

황 대사는 "안보리에 들어가면 보통 (기존 업무보다) 두 배, 세 배 정도로 바빠진다. 안보리는 365일 24시간 체제고, 옛날보다 의제도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안보리의) 60여 개 의제를 다 잘해야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본전을 뽑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필요할 경우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황 대사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기후 변화 등도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외교 현안"이라며 "국력이 커지면서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가 실질적으로 늘어난 만큼 외교적 지평과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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