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집주인은 급매 내놓을 수밖에...부동산시장 큰 변수"[역전세난 시대]③
지난해 전국 전셋값 -3.35% 하락…집계이래 최대폭올 입주 예정물량 36만가구 달해…하반기까지 지속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인천에 위치한 한 소형 아파트를 전세주고 있는 60대 집주인 A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B씨는 "전세 보증금 받은 돈을 새로 이사간 아파트 잔금으로 다 써버려서 다시 돌려줄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 같아 차라리 전세 주고 있는 집을 팔아버릴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소재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B씨는 계약 만료 4개월 전인 지난달부터 집주인에게 퇴실을 통보하고 있다. A씨는 "보통 2개월 전까지 통보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요즘 전셋값도 계속 떨어지고 새로 전세를 들어오는 사람도 너무 없다보니 일찍부터 퇴실을 통보했다"며 "하지만 통보 후 현재까지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 않는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침체와 전세기피 현상이 계속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역전세난을 버티지 못한 집주인들이 급매를 내놓아 매매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이 2000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큰 폭으로(-3.3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지난 2020년 7월 말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도입 이후 전국 전세가격은 2020년에 12.47%, 2021년에 13.11%씩 올랐다. 2년 동안의 누적 변동률을 따져보면 36.31%에 달한다.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되돌림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전세가격이 59.88% 상승해 주요 지역 중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으나 지난해 5.77%, 올해 1~5월 사이 4.98% 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도 지난 2년 간 전세가격이 39.01% 올랐으나 지난해 6.93%, 올해 1~5월 사이 5.68%씩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세와 매매가격 간 갭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5월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50.87%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가율이 50.87%라는 건 매매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구하기 위해 보증금으로 5억870만원만 내면 된다는 의미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4월보다 소폭 뛰긴 했지만 집값에 부담을 주는 수준으로 여겨지는 50%에 여전히 근접한 수준이다. 전셋값은 입주물량의 영향도 크게 받는데, 올해 입주물량이 지난 13년 간의 장기 평균(2010~2022) 아파트 입주물량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전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6만가구로, 장기 평균 입주물량인 31만가구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6월 기준으로는 19개월 만 최대인 4만2000여가구의 입주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 기준으로는 전국 입주물량이 19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셋값 고점 인식과 전세 기피현상, 입주물량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도 역전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물량 부담은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으로, 장기평균 대비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2023년에도 전세금 반환이슈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높아진 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월세 시장으로의 수요 이탈과 단기 급등한 전세가격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입주물량까지 예정된 곳이라면 역전세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도 최근 역전세 충격을 낮추기 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임대인들을 대상으로 DSR 규제 완화는 물론 전세금 반환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정책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연초 정부가 1·3대책을 발표했던 상황과 마찬가지로 매매시장과 밀접성이 높은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중이라고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은 사실상 집주인에게 차입금, 즉 부채"라며 "유례없는 역전세난에 싸게 세를 구하기도 어렵고, 아파트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세입자가 있으면 선순위가 잡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세입자가 강제경매에 나설 수도 있기에 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집주인은 급매 내놓기로 대처방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아예 집을 팔아버리거나 시세보다 더 싸게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의 고육지책이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역전세난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역전세난이 어느 정도 완화돼야 주택시장도 어느 정도 회복 기미를 보일텐데 역전세난이 지속되는 한 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