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세상의 잣대가 버거운 이들에게 '보통의 카스미'
일본 영화 '보통의 카스미', 7월 19일 개봉'드라이브 마이 카' 미우라 토코 원톱 주연연애보다 혼자가 좋은 카스미 이야기보통의 기준과 다름, 다양성에 대한 인정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보통'이란 무엇일까. 영화 '보통의 카스미'는 내내 그 의미를 되뇌게 한다. 사전적인 의미의 보통은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 '통상적'이라는 범주에 묶여야 편한 이 사회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작품은 카스미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30대에 접어든 카스미(미우라 토코)는 점점 보통에서 멀어져 가는 것만 같다. 연애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무인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카스미는 평생 연애 감정도 성욕도 느껴본 적 없다.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성도 여럿 있지만, 혼자가 편하고 지금 이대로의 삶에 만족한다. 회피성이 아닌 자발적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다.
하지만 카스미는 사회가 젊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30대가 되자마자 결혼을 종용하는 어머니는 카스미 몰래 숨 막히는 맞선 자리까지 마련했다. 딸의 연애 상대에 일희일비하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카스미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생각보다 세상이 만든 보통의 잣대를 벗어나는 이들이 많다. '특별'이 아닌 '특이'한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고 티를 내지 않을 뿐. 카스미도 다름을 감추고 살지만, 편견은 없다. 게이 친구 야시로(마에하라 코우), 전 성인 배우 동창생 마호(마에다 아츠코), 새 직장 동료 덴도(키타무라 타쿠미)도 그런 카스미를 알아보고 진심을 툭툭 털어놓는다. 이들은 거름망이 필요 없는 솔직한 대화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자신감을 얻은 카스미가 본인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 부분은 하이라이트다. 카스미는 재직 중인 유치원에서 동화 신데렐라를 영상으로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로맨스 없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각색했다. 모든 여성들이 왕자만 바라보고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할 때, 시큰둥하던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주목받자 '어쩔 수 없이' 분위기를 맞추는 내용이다. 카스미는 본인을 투영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다가 따가운 시선에 못 이겨 영상을 끊는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공표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서다. 세상의 기준은 견고했다. 카스미는 "잘못된 가치관"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마호는 "내 생각을 말하고 표현했을 뿐인데 왜 두려워하고 창피해 해야 해?"라고 포효했다. 작품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대사다.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은 누가 하는 것인지, 틀림과 다름의 차이는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카스미는 스스로 느낀 다름의 벽을 깨며 성장한다. 편견 없이 다른 사람들을 공감했기에 자신도 공감받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자유로워진다. 이처럼 사람은 다양하다. 카스미의 다름도 알고 보면 보통이지 않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