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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산뜻하고 경쾌하게, 품위 있게…'밀수'

등록 2023-07-26 08:43:07   최종수정 2023-07-31 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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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류승완 감독은 지난 18일 '밀수'를 처음 선보이는 날 두 가지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하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관한 얘기였고, 다른 하나는 한국영화계에 던지는 제언이었다. 그는 영화 상영 전 '밀수'에 관해 "그동안 갈고 닦은 재주를 다 부려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영화가 끝난 뒤에는 한국영화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만드는 사람이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영화는 언제나 위기 속에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밀수'는 이날 류 감독이 뱉은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이 영화엔 정말이지 류 감독이 그간 보여준 장기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최근 한국상업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완성도 역시 고루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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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는 새롭진 않아도 남다르다. 1970년대 서해안 어느 바닷마을 해녀들이 밀수에 뛰어들고 이들이 돈을 벌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각자 다른 이유로 한 배를 탄 사람들, 돈, 배신, 얽히고 설킨 그들의 과거 같은 건 국내외 영화에서 숱하게 반복돼왔던 코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무리 유사한 소재 비슷한 스토리라도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어떤 배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평범하지 않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동시에 속도감 있게 전진하는 '밀수'는 바다가 배경인 영화답게 시종일관 산뜻하고 경쾌하다. 김혜수·염정아·박정민·조인성·고민시·김종수 등은 가장 좋은 위치에서 가장 알맞은 역할을 부여받아 각기 다른 매력으로 스크린을 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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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적당히 버무려지는 데 그쳤다면 '밀수'는 평범하다는 인상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이 작품에만 있는 두 가지 무기로 '밀수'를 특별한 영화로 끌어올린다. 첫 번째는 수중 액션, 두 번째는 여성 서사. 해녀 액션은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해산물 채취에서 밀수품 운반으로 또 종반부 클라이막스 수중 시퀀스로 이어지는 해양 장면을 보고 있으면 류 감독을 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액션 장인으로 부르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 역시 어떤 한국상업영화도 시도하지 않은 일. 말하자면 수중 액션은 이 영화의 재미를, 여성 서사는 이 작품의 품위를 담당한다. 남성 완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물 속에서 해녀들이 종횡무진 연대해 그들을 무력화하는 장면은 오락과 의미가 모두 담긴 상징적 장면이다. 그리고 진숙(염정아)과 춘자(김혜수)가 물 속에서 손을 맞잡는 바로 그 신(scene)은 한국영화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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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약점이 없진 않다. 범죄물로서 보다 정교한 이야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로서 더 큰 스펙터클, 여성 영화로서 더 치밀한 구조를 보고 싶었던 관객에게 '밀수'는 성에 안 차는 작품일 수 있다. 전개 속도를 높이느라 중요한 사건을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하고, 창의성이나 난도와는 별개로 액션이 상대적으로 소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도 자체는 존중받아야 하나 도식적인 여성 서사라는 비판도 분명 있을 수 있다. 다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크고, 앞서 언급한 장점의 매력이 관객을 충분히 매료할 정도여서 단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밀수'는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이 작품 특유의 바이브(vibe)에 빠져들게 하는 영화다. 이 대목에서 가수 장기하가 재현한 1970년대 가요는 요소 요소에 삽입되며 극장을 특정한 분위기로 몰고 가는 데 큰 몫을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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