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차세대 제품에 '사활'…"더 빠른 실적개선"[3분기 전환점 온다②]
D램 업계 '2인자' SK하이닉스, AI 열풍 타고 '두각'"올해 HBM·DDR5 매출 2배↑"…빠른 공정 전환적자 누적에 위기 고조…"고객 수요 차질 없이 대응"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 AI용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등에 선제 대응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셀(Cell·데이터 저장 최소 단위)을 쌓는지가 경쟁 요소인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층 기록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에 밀려 만년 2인자로 치부되던,SK하이닉스가 최근 "형만한 아우"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3분기 이후 반도체 업황이 상승 반전하면 SK하이닉스의 고부가 반도체 사업이 실적 개선의 확실한 돌파구를 될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 제품 잘 팔았다…HBM3·DDR5 공정 전환 집중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이하 컨콜)을 통해 HBM(고대역폭 메모리)를 포함한 그래픽 D램이 지난 2분기 기준 전체 D램 매출의 20%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이는 생성형 AI 관련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사양 D램 제품 수요가 그만큼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반도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인데, 고용량 DDR5와 함께 AI 반도체에 필수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5세대 최신 제품인 'HBM3'는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고부가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한 덕분에,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후반%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10% 감소하고, 삼성전자는 한 자릿수 중반대로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이다. HBM의 경우 범용 서버용 D램에 비해 6~7배 더 비싸, 수익성이 높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재고 수준이 높은 DDR4의 생산을 줄이고, DDR5를 늘리는 방식으로 위기 돌파 전략을 세웠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담당은 "DDR5 (비중)는 시장 대비 2분기 정도 앞서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 HBM과 고용량 DDR5 모듈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며, 연말 기준 두 제품의 매출 비중이 전체 D램 매출의 2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의 선전은 이미 올 초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부터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으로 가장 먼저 인텔 인증을 획득했다. 인텔의 최신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제품이 호환된다는 것을 제조사가 공식으로 인증하는 절차다.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낸드 플래시 메모리도 업계 최고층인 238단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236단)보다 양산 시기는 6개월가량 늦었지만, 단수는 더 높다. 이제 업계 관심은 SK하이닉스가 손에 넣은 우위를 3분기 이후 올 하반기에도 지켜나갈 수 있느냐에 쏠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손실을 보며, 10조7058억원의 적자가 누적됐다. 또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 조치를 단행하며 범용 제품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현금 흐름도 악화되는 모습이다. 적자 누적으로 자금이 말라가면서, 차세대 제품을 위한 투자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사옥, 수처리시설 등 비핵심시설 매각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급성장하고 있는 DDR5와 HBM3 제품의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기술경쟁력을 유지하고 늘어나는 수요를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 HBM 제품 양산 확대를 위한 투자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2026년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도 시장 경쟁력 우위를 자신한다. SK하이닉스가 3분기부터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는 시장 기대도 커지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BM과 고용량 DDR5 모듈 등 AI 모멘텀이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3분기부터는 PC, 스마트폰 등 전통적인 응용처에서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이 늘면 추가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128GB의 고용량 DDR5 모듈 수요에 유일하게 대응하고 있어, 3분기 이후 경쟁사 대비 빠른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