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테마주를 아시나요"[널뛰는 테마주③]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리튬, 2차전지, 초전도체, 맥신 등 올해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했던 이른바 '테마주'에 개미 투자자들이몰려든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단 시장에서 대세 테마가 되면 해당 분류에 속한 기업들에 수급이 몰리며 주가가 폭등하는데, 테마는 공인된 기관이 명확한 기준에 의해 분류한 것이 아니다. 테마와 직접적 관련도 없는 기업이 한데 묶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회사 이름이 소재를 연상케 해서', '상용화가 되면 수혜를 입을 것 같아서' 등의 자의적 기준으로 테마 기업들이 구성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왜 해당 기업을 테마로 묶었는지는 아무도 모른채 '묻지마 투자'는 시작된다. 하지만 과거 테마주로 불렸던 종목의 상당수는 폭등 이후 어김없이 폭락했으며 급기야 상장 폐지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있어 전문가들은 투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묻지마 투자'의 포문을 연 사례로는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북방외교에 공을 들이던 즈음 이른바 '만리장성' 테마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기로 했고 알루미늄 창호를 전량 납품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한알루미늄이 급등했다. 이후 공사에 투입하는 노동자들에게 고무신을 공급한다는 풍문과 함께 태화 주가도 올랐다. 인부들의 간식과 소화제도 국내 업체가 대기로 했다는 허황된 소문에도 삼립식품(현 SPC삼립)과 한독약품(현 한독) 등의 주가도 널뛰었다. 하지만 모두 소문에 불과했을 뿐 급등 이후 어김없는 급락세가 이어졌다. 이 중 대한알루미늄과 태화는 각각 2001년 3월, 1999년 5월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이후로 다양한 테마가 등장했고 대통령 선거나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대표적으로 2007년 12월 17대 대선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서 4대강 테마가 형성되며 코스닥 시장을 쥐락펴락 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화공영 주가는 2007년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만에 26배 급등했다. 1000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2만5000원대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특수건설 주가도 6배 이상으로 올랐다. 4대강 사업을 약속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테마주들은 급락했다. 이화공영은 이후에도 당시 최고가엔 한번도 도달하지 못한채 3000원대로 미끄러 졌다. 25일 종가기준으로 3825원에 머물러 있다. 특수건설도 마찬가지다. 2007년 4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25일 종가기준) 7190원을 기록 중이다. '윤석열 테마주'도 있다. 서연탑메탈은 지주사인 서연그룹 사외이사 유재만 씨가 서울대 법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테마주로 분류되며 화제가 됐다. 친분이 없다는 회사의 입장에도 주가는 폭등했다.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재건 테마주', '한일정상회담 테마주' 등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크게 널뛰었다. 1만4700원까지 솟아올랐던 주가는 현재 4000대로 주저 앉았다. NE능률도 윤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만으로 윤석열 테마주에 묶였다. 대통령의 본관과 성씨가 같아서 테마주로 묶인 일은 이례적이었다. 2021년 당시 3만원 대까지 올랐던 NE능률의 현재 주가는 현재 4000원대로 폭락한 상태다.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황우석 테마주'도 한때 코스닥 시장을 주도했던 테마 중 하나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홈캐스트는 황우석 박사가 대표로 있는 바이오회사 '에이치바이온'이 최대주주로 있어 대표적인 '황우석 테마주'로 꼽혔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시장에선 테마를 형성하며 바이오 업체 홈캐스트의 주가가 1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황우석 테마 뒤엔 주가조작 세력이 있었다. 홈캐스트의 전 대표 신씨는 주가 조작꾼과 작당해 바이오 회사 비상장사 에이치바이온을 인수한 뒤 허위·부실 공시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으며 주가조작을 위한 유상증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영진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홈캐스트의 주가 역시 현재 4000원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테마주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테마주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엄벌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국의 테마주 조사가 외부 작전세력의 개입 등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됐을 직후에나 이뤄진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의도적으로 상한가에 도달함으로써 추가 상승의 기대감을 부풀리는 행위는 가격제한폭을 더 넓히거나 선진시장과 마찬가지로 폐지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다"며 "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보에 기반해 주식을 거래하는 정보거래자가 시장의 주축이 되도록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