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부부도 서툰 부모였다…뮤지컬 '제시의 일기'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 부부가 8년간 기록했던 육아일기를 모아놓은 책 '제시의 일기'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독립운동가 양우조와 최선화 부부의 실화가 바탕이다. 뮤지컬은 지난달 29일 초연의 막을 올렸다. 뮤지컬 '제시의 일기' 각색을 맡은 오세혁 총괄프로듀서는 7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4년 전 원작을 처음 접하고 공연을 통해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시는 자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요. 하지만 어른들은 생각과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계속 싸우고 소통이 단절되죠. 모든 어른이 아이처럼 발전하며 좋은 나라를 만들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와닿았어요. 이 작품을 통해 모든 걸 새롭게 바라보고 변화하는 마음을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하게 됐죠."
한국판 '안네의 일기'로 불리는 이야기 속에는 육아에 서툰 어린 부부의 육아기부터 임시 정부 내 독립운동가들의 생활상이 담겨 있다. 뮤지컬은 혼란했던 시대 속에 양우조·최선화 부부와 제시가 독립운동을 하며 계속해 피난하고 이동하는 점에 주목했다. 오 프로듀서는 "이들은 기차, 버스, 배, 뗏목을 타고 때론 걸어가며 계속 이동한다. 중간에 어딘가에 멈춰서 지내기도 한다. 탈것과 주거 공간이 계속 바뀌는 걸 무대를 통해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 점에 힘을 주면서 각색했다"고 말했다. 원작의 첫인상이 강했다는 김하진 작가는 독립운동과 육아일기의 균형점을 찾는데 신경 썼다. 무거운 주제로 비쳐질 수 있지만, 육아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유쾌하게 그렸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육아라는 소재 자체가 이 작품의 큰 차별점"이라며 "독립운동가의 이야기이지만, 살짝 초점을 옮겨서 이분들의 서툰 육아를 좀더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더 유쾌하고 낙천적인 캐릭터로 그리고자 했다. 그 수위에 대해 고민도 했지만, 사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무대는 영상을 활용해 시시각각 공간과 시각적 변화를 준다. 조민영 연출은 "무대가 제시를 둘러싼 광주리(바구니)처럼 느껴졌으면 했다"며 "제시가 일기장을 열어보며 그 시절의 소리를 떠올리고, 그 기억이 광주리 천에 물드는 것처럼 수묵화나 수채화와 같이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극은 육아일기의 주인공인 제시가 부모님의 손때 묻은 일기장을 펼치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기장 속에서 제시는 자신보다 어린 부모님의 첫 만남부터 힘겨운 피난길 등의 상황들을 지켜보며 함께한다. 제시 역에는 안유진, 임강희, 최우리가 나선다. 아버지 우조 역은 정민과 김찬호, 고상호가 맡았고, 어머니 선화 역은 정새별과 임찬민, 정우연이 출연한다. 최우리는 "제시가 일기장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어떤 마음인지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고, 임강희는 "제시는 관찰자 입장으로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다. 엄마 아빠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고 전했다.
선화 역의 임찬민은 현재 임신 중이다. 그는 "작품을 하기로 했을 때 아기가 왔다는 걸 알았다"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기에게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하며 공연하고 있다. 광주리 속의 제시와 함께하며 아기와의 만남이 더더욱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상호도 "16개월 된 딸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제시가 태어나는 순간 등이 제 아이 모습과 겹치면서 뭉클하다"고 말했다. 특히 양우조·최선화 부부의 둘째딸이자 제시의 동생인 양제니씨도 전날 공연장을 찾아 직접 관람했다. 배우 안유진은 "공연장에 오기 전날 잠을 못 주무셨다고 하더라. 한 무대에서 어머니, 아버지, 언니를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잤다는 것"이라며 "공연을 실제로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말해주셔서 배우들도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