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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일상 파괴 ‘데이트폭력’…매일 35명 검거[안전사회②]

등록 2023-09-29 07:00:00   최종수정 2023-10-11 1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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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가해자 하루 35명 꼴로 검거

대부분 강력범죄지만 '접근금지' 근거없어

"연인간 폭력, 가정폭력 수준으로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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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남희 홍연우 기자 = '무차별 흉기 난동'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수 년째 이어진 데이트 폭력 문제는 여전히 방치돼 있다.

하루 190번 꼴로 신고가 접수되고, 대부분이 폭행·상해 같은 강력범죄임에도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법적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과 유사하다. 부부 간 폭행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폭력 전반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10건 중 8건 강력범죄인데…접근금지 명령 불가

지난 5월 30대 남성 김모씨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자신을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한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난 뒤 벌인 범행이었다. 경찰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접근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올해 7월에도 인천 남동구에서 스토킹, 폭행 혐의로 신고를 당한 30대 남성이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죽였다. 함께 있던 피해자의 어머니도 이 남성에게 흉기에 찔렸으나 집으로 피신해 목숨을 건졌다.

두 사례 모두 기존에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해 신고한 상태에서 일어난 살인이다. 접근금지 명령이나 구속 같은 적극적인 분리 조치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인 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7만790건으로, 하루 평균 193건 수준이다.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만 추려도 1만2828명에 달해 매일 35명씩 체포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대부분이 폭행·상해(70.7%), 체포·감금·협박(9.0%) 등 10건 중 8건이 강력 범죄다. 피의자가 수사를 받던 중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은 경찰이 강제로 접근금지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연락금지나 접근금지 조치를 하려면 부부(사실혼)거나 스토킹 피해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연인 간 폭력'도 '부부 간 폭력' 처럼…법안 계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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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신당역에 마련된 1주기 추모공간. 2023.09.11. kch0523@newsis.com
국회에서는 연인 간 살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안을 내놓지만, '반짝 이슈'에 그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교제 관계'도 가정의 일환으로 보고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면 접근 금지 등 피해자 보호 제도를 적용하도록 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됐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연인 간 폭력'의 피해자도 '부부 간 폭행' 피해자와 똑같이 보호한다. 영국은 한 발 나아가 연인의 전과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도 시행 중이다. 일본도 배우자폭력방지법에 '생활 본거지를 같이하는 교제 관계'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에 대해 법제처는 "교제 관계의 범위가 법적으로 불명확하다"며 부정적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불륜, 동성 간 교제 또는 3자 이상의 교제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모두 포함할 수 있어 그 범위가 불분명하단 것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정폭력처벌법에 접근금지 등의 임시 조치가 있기 때문에 데이트폭력을 가정폭력처벌법의 조항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입법적으로 간단하다"며 "다만 법 자체가 처벌보다 가정보호 처분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별도 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하는 수사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나서야 한단 목소리도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도 수사기관에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 실형 10%대…근본적 인식 변화 필요

특정 범죄에만 집중한 땜질 입법을 넘어 근본적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실제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실형 선고는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접근금지, 연락금지, 구금 등 잠정조치 중 13.7%는 법원에서 기각하고 있다.

스토킹이라는 범죄에 대응해 스토킹처벌법을 새로 만들었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의 인식 수준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정부가 스토킹·연인살해·가정폭력 등을 큰 틀에서의 '여성폭력'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이라는 하나의 법에서 가정폭력·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모두 보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돼 데이트폭력, 디지털성폭력 등을 여성폭력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 보호·지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명문화 수준에 머물렀다.

N번방 실체를 밝힌 추적단 '불꽃' 활동가인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성을 혐오하고, 스토킹하고, 불법촬영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일이 비단 이번에만 발생한 일이 아니다"라며 "성폭력, 스토킹 문제는 여성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발벗고 나서서 끊어내야할 사회적 재난이라는 국회와 법원, 사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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