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간호사 김은배 수녀 "행복한 죽음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필요"[문화人터뷰]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소속 20년 간 임종 환자 돌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아버지와 어머니가 편하고 행복하게 임종하시면 나도 그 죽음을 준비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 죽음은 고인이 가족에게 남겨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김은배 수녀는 "행복한 죽음은 임종 후 가족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김 수녀는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소속으로 2007부터 모현의료센터 호스피스병동, 의정부교구 암환우 쉼터, 모현가정호스피스, 갈바리의원 호스피스병동, 모현가정호스피스를 거쳐 지금은 갈바리의원 가정호스피스에서 일하고 있다. 1877년 7월2일 영국의 메리 포터 수녀가 설립한 '마리아의작은자매회'는 임종 환자를 위한 기도와 봉사를 사도직으로 삼아 1963년 한국에 진출했다. 1965년부터 호주수녀님들이 강릉에서 갈바리의원을 운영한 것으로 시작으로 호스피스 완화치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수녀는 아픈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처음 죽음에 대해 알게 됐다. "심부전증으로 아프셨던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저는 자고 있었지만 제 어머니와 큰 언니가 아버지가 편하게 임종하셨다고 이야기해서 그때 죽음에 대해 알게 됐어요. 옆집에 초상이 나면 그 집을 돌아갈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했던 제가 이러고 살고 있어 저희 가족도 놀라요." 김 수녀의 어렸을 적 꿈은 간호사였다. "어려서부터 병자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수도자가 안됐으면 간호사가 됐을 거예요 소록도 나환자를 돌보며 살고 싶은 꿈이 있었거든요. 언니가 어렸을 때 사다준 나이팅게일 관련 동화책이 너무 감동적인 거예요." 2018년 가톨릭대 임상간호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호스피스 전문간호사가 된 김 수녀는 다양한 증상으로 임종을 앞둔 암 말기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고귀하고 존엄해야 해요. 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분도 잘 돌봐서 죽음을 잘 맞아 가족에게 선물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임종을 앞둔 모든 분이 잘 돌아가실 수 있도록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호스피스 완화치료는 임종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치료 개념이나 프로그램이다. 호스피스 완화치료 프로그램에는 증상 완화를 위해 진단 검사와 연명치료를 대부분 생략하고 적절한 치료와 안위 치료에 관해 임종 환자와 가족을 교육한다. 미국에서 호스피스는 위독한 환자의 자택 간호에도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김 수녀는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위해 임종 환자 입원보다는 자택 돌봄의 장점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집이 주는 안정감이 커도 자택 돌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핵가족화로 집에서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 요양보호사가 있어 가족들이 요양보호사와 돌아가면서 환자를 돌볼 수 있어요. 제가 환자를 돌보며 다녀보니 환자가 집에서 돌봄을 받는다고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집에 있을 때 안정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느끼는 통증보다는 덜하거든요." 김 수녀는 폐암 환자 가족이 자택 돌봄을 함께한 일화를 들려줬다. 입원하고 싶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가족은 할아버지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할까 봐 걱정했다. 할아버지의 배가 불러 오며 불편을 호소해 걱정된 가족이 김 수녀에게 연락했다. 김 수녀는 할아버지의 배 상태를 보고 소변을 보지 못해 불편했던 할아버지의 증상을 완화시켰다. 김 수녀는 "이후 할아버지는 편안하게 임종하셨고 장례식장도 행복한 자리가 됐다"고 기억했다.
김 수녀는 코로나가 환자 자택 돌봄 인식 확산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발생 전에는 환자 통증 관리 문제 때문에 환자 입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입원도 어렵고 입원한 환자는 가족을 만날 수도 없었다. "병원에 오시는 분은 '날 버리는 거냐?'며 우시고 보내는 분도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보내지만 환자를 볼 수 없어 우시고 그럴 거면 아예 환자가 집에 계시는 낫잖아요. 그래서 코로나 때문에 환자 가정방문이 활성화됐습니다." 김 수녀는 지난달 20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2023년 그리고 원목실'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코로나 이후 호스피스 돌봄이 온전히 보호자들 몫이 돼 비대면으로 약을 전달하고 보호자를 교육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자택 돌봄의 궁극적 목적은 임종 환자와 그 가족 모두 편안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다. 죽음을 터부시하고 죽음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김 수녀는 "행복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죽음에 관한 교육을 통해 우리가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에 대해 준비한다면 그 죽음을 통해서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은 큽니다. 나도 언제가 죽을지 모르니 죽음하고 친구처럼 지내면서 정리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죽음과 좀 더 친해지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