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파트서 호텔식 먹는 시대…조식에 점심·저녁까지
[아파트의 진화]①입주민에 호텔식 식사 제공 아파트 늘어저염식 특화 메뉴, 키즈식 등 서비스도 다양재건축 조합이 '식당 조성' 입찰 조건 걸기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최근 방송인 미자가 자신의 SNS에 "밥 할 일이 없다"며 거주 중인 아파트 내 호텔식 조식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서울 강남·용산 등 대표적인 부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아파트에서 호텔식 식사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앞다퉈 식사 서비스를 커뮤니티 서비스로 내놓는 등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준공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는 식자재·급식 전문업체 CJ프레시웨이와 함께 곧 조식과 중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침은 양식 브런치와 한식을 제공하고, 점심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식'도 내놓는다. 여기에 과일을 깎아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케이터링 서비스도 운영한다. 조식 뿐만 아니라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하는 단지도 생겨났다. 지난 2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7월부터 아워홈과 연계해 조·중·석식 세 끼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다음 달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삼시 세 끼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호텔 셰프 고용, 특화 메뉴 제공 등 서비스 품질도 더 좋아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지난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고급 아파트 '브라이튼 여의도'는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호텔식 조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서울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해 조성하는 '래미안 원펜타스'는 입주민들이 건강식과 저염식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식음 커뮤니티에 저염식 특화 메뉴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식사 제공이 주요 커뮤니티 서비스로 자리잡자 당초 해당 서비스가 없던 단지들 중에서도 입주민들 요구로 식당을 도입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서울 용산구 '파크타워'는 지난달 13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말 조식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로 의결했다. 아파트 단지 내 식사 서비스는 2017년 최고급 아파트인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가 처음 도입한 이후 강남·용산 등 서울 주요 부촌 단지들에서 속속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과 지방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단지가 생기고 있다. 2012년 입주한 충남 천안시의 주상복합 아파트 '펜타포트'는 2020년 1월부터 입주민을 대상으로 조·중·석식 삼시 세 끼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식사 서비스를 도입하는 단지가 증가하는 것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 노인 가구가 늘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로 이사를 알아보고 있는 40대 여성 A씨는 "이사를 하려고 서울 집 후보를 추리고 있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라 학군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조·중·석식이 모두 나오는 아파트"라며 "제가 집에서 거의 밥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이들 밥을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해결하고 싶다. 따로 이모님을 구하더라도 하루 3끼를 새롭게 차려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도 시공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식사 서비스 제공' 등 고급 커뮤니티 서비스를 조건으로 내거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9월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서 '조합원 식당 조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은 단순한 식사 제공 수준을 넘어 음식점 내외부에서 제공되는 음식까지 최상의 서비스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정적이지 않은 단지 내 식사 수요 때문에 단체 급식 업체의 운영이 쉽지 않고, 식사 품질에 대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운영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명 호텔과 2만원대 조식 서비스를 했던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는 4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실제 서울 개포동의 한 입주민은 "식사 서비스를 운영하지 얼마 되지 않아 운영관리가 허술하고 식사준비수량도 제한을 두면서 돛대기 시장이 되고 있다"는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주민은 "한두 끼만해도 손해가 많아서 그런지 종료하는 단지들도 나오고, 시작 한 지 얼마 안 된 이곳도 불만족스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압도적인 세대수가 아니면 장기적인 운영은 어렵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진화가 양적 공급을 넘어 질적 공급으로 주택 수요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는 이제 여러 기능을 합친 복합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가 양적 공급에서 질적 공급 시대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입주민을 대상으로 조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단지들도 부쩍 늘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단지에선 주부들의 부엌일도 크게 줄 것이고, 하루에 한 끼도 집에서 먹지 않는 영식(零食)이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